윤미향 의원이 10일 서부지법에서 ‘정의연 후원금 횡령’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대부분 혐의를 무죄로 인정받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10일 오후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준사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동희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 사무처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의원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상당 부분은 이 사건의 시기 회수 금액 등을 고려할 때 직무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대협 활동가로 근무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유죄로 인정된 액수보다 많은 액수를 기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업무상 횡령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정대협 상임대표로 근무하면서 2011∼2020년 정대협 소유 자금 1억37만원 가량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가운데 1700여만원만 윤 의원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외에 적용된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윤 의원이 정대협과 정의연 등을 통해 기부금을 모집한 것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찰은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은 2015∼2020년 정대협, 정의연과 정의기억재단 등을 통해 모두 41억원 가량의 기부금을 모집하면서 관할청에 모집 계획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조의금 모집 등은 기부금으로 볼 수 없고 나머지 금액도 정당한 모집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또 다른 쟁점인 준사기 혐의도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길원옥 할머니의 치매를 이용해 상금 7920만원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의연 등에 기부하게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길 할머니를 중증 치매로 보기 어렵고, 이전에도 길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를 해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정부와 서울시의 보조금 부정 수령, 안성쉼터 매입·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업무상배임·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도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대부분 무죄로 밝혀졌다. 검찰이 무리하게 약 1억원 이상 횡령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 극히 일부분만, 약 1700만원에 해당하는 횡령금은 유죄로 인정됐다”며 “하지만 그 부분도 횡령하지 않았다. 남은 항소 절차를 통해 충분히 소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시민단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리한 기소의 문제점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앞서 이용수 할머니는 2020년 5월7일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은 윤 의원 등 정의연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같은 해 9월14일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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