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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GOP서 극단 선택 이등병…가해 하사가 사고사로 허위보고”

등록 2023-02-13 15:35수정 2023-02-13 15:43

“군 시스템에 올라가는 과정서 ‘사고사’ 허위 유포돼”
“119 도착했지만, 군 안내차량 늦게 와 13분 지체”
지난 해 11월 12사단 52연대 소속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김 이병 총기 사망 사건’의 유가족 김 아무개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총기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해 11월 12사단 52연대 소속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김 이병 총기 사망 사건’의 유가족 김 아무개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총기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해 11월 육군 12사단 지오피(GOP·일반전초)에서 김아무개(20) 이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상관이 군 당국에 ‘총기사고’였다고 허위보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자 중 한 명인 ㄱ하사가 본인 과오를 덮기 위해 사건을 허위로 보고해 부대 지휘와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는데도 군사경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처럼 밝혔다. 김 이병 유가족은 ㄱ하사를 군형법상 허위보고죄로 고발할 예정이다.

김 이병의 유족이 지난 8일 ‘유족 수사 설명회’에서 육군 수사관들로부터 들은 내용을 종합하면, 군사경찰은 김 이병이 선임병과 상관의 괴롭힘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김 이병의 상관인 ㄱ하사는 김 이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정황을 보고를 받았으면서도, 상부에 “김 이병이 총기사고로 사망했다”고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이병은 전입신병집체교육, 적성검사, 경계작전교육 등을 받지 못하고 전입 열흘째인 지난해 10월27일 근무에 투입되는 바람에 선임병들에게 심한 질책을 받았다. 일부는 김 이병에게 과도한 암기를 강요하고 ‘총으로 쏴버리겠다’, ‘쫓아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1월28일에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경계근무태세가 격상돼 근무 강도가 높은 상태였는데, 김 이병이 ㄴ일병과 ㄷ상병에게 질책을 받으며 폭언을 들었다. 군인권센터는 “짧은 기간 낯선 환경에서 연쇄적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한 김 이병에게 ㄷ 상병의 협박은 사망 촉발 기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날 저녁 8시44분 김 이병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ㄱ하사는 사고 당일 김 일병과 함께 2인1조로 근무하던 ㄴ일병에게 처음 ‘총성을 들었고, 김 이병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저녁 8시47분 대대 화상보고(VTC)에서 “김 이병이 ㄴ일병에게 라이트를 받고 방탄조끼에 넣을 때 판초우의가 총기에 걸려서 1발이 격발됐다”고 보고했다. ㄱ하사는 구두보고 뒤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에도 허위보고를 올렸다. 이후 ㄱ하사가 이후 “두려운 마음에 허위보고를 했다”며 군사경찰에 내용을 정정했다.

육군은 ㄱ하사의 허위보고 의혹에 대해서 “ㄱ하사가 사고현장을 보고 임의로 추정해 상황보고한 것이며, 23분만에 정정 보고했다. 수사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수사결과 허위보고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기사고’에 대한 허위보고는 지휘 계통과 부대 곳곳으로 퍼져 혼란을 야기했다. 군 당국은 김 이병이 숨진 뒤 “극단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지만, ‘사고사인데 육군이 은폐한다’는 얘기가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육군전술지취정보체계(ATCIS)에 접근할 수 있는 일부 군 관계자들은 김 이병의 아버지에게도 “김 이병이 ‘극단적 선택’이 아닌 ‘사고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제보했다.

아울러 군인권센터는 사고 당일 119신고를 했지만, 부대에서 출입을 막아 구조가 지체됐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양구 해안파출소, 양구소방서 해안119지역대 출동 기록 등을 보면, 구급차와 순찰차는 군부대 통제로 군 안내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군부대 앞에서 13∼14분을 대기해야 했다. 또 유가족에게 익명의 제보자가 ‘누가 마음대로 민간 앰뷸런스를 불렀느냐?’며 부대 안에서 논쟁이 벌어졌다는 내용을 알렸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 앰뷸런스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논쟁은 없었으며, 119구급차를 의도적으로 막은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이병의 아버지는 “사람이 죽어가는 급박한 상황에 당신들의 요청으로 출동한 119와 경찰을 규정을 앞세워 막다니. 아이가 사경을 헤매는 사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며 “그 상황에서 선조치, 후보고 할 생각 안 해봤나. 그렇게 원칙을 따졌어야 했는가”라고 분개했다.

군사경찰은 ㄱ하사와 ㄷ상병 등 8명을 강요, 협박, 모욕 등의 혐의로 민간 경찰에 넘기고, 2명에 대해서 같은 혐의로 추가 조사 중이다. 지휘 감독에 소홀한 혐의(직무유기) 등을 받는 중대장, 소초장 등 10여명은 군 법무부로 이관했다고 밝혔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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