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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 대통령 지인 ‘황 회장’ 취재하려 사무실 들어간 기자들, 주거침입으로 벌금

등록 2023-02-15 17:46수정 2023-02-15 18:03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 사무실 취재
사무실 침입은 무죄, 대표이사실 침입은 유죄
기자 “개방된 공간을 굳이 ‘방실’로 분류…취재활동 위축”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황 대표의 사무실을 무단 침입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특히 사무실 공간을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한 것은 권력에 대한 언론의 통상적인 취재 활동을 제약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윤찬영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유피아이(UPI)뉴스> 현직 기자 ㄱ씨에 벌금 300만원을, 전직 기자 ㄴ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두 기자가 2021년 10월27일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지인인 황 대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강원 동해에 있는 동부산업 사무실을 침입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들이 사무실을 관리하는 직원에게 황 대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모른다”는 말을 듣고도 그가 식사하며 보지 못한 틈을 이용해 황 대표 사무실로 들어가 비치된 그림을 촬영했다고 봤다. 또한 현장을 떠나는 것처럼 하다가 직원이 화장실에 가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사무실에 다시 들어와 비치된 그림을 촬영하는 등 두차례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직원에게 사무실에 노크한 뒤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며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한다. 직원의 퇴거 요청도 없었으며, ‘사무실을 둘러봐도 되냐’는 질문에도 별다른 답이 없어 묵시적인 동의로 간주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황 대표 아들과 관련해 추가적인 질문을 위해 다시 방문했으나, 당시 직원이 화장실에 가 있어 사무실에서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판사는 이들의 행위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첫번째 방문 때 직원이 명시적으로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방문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침입 행위로 볼 수 없으며, 두번째 방문 역시 같은 맥락에서 건조물침입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두번째 방문할 때 이들이 직원이 자리에 없음에도 동의를 구하지 않고 대표이사실을 들어간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판사는 사무실은 ‘건조물’에 해당되나 대표이사실은 ‘방실’, 즉 황 대표의 개인적인 사무 공간에 해당한다고 구분했다.

기자들은 벌금형 선고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ㄱ기자는 <한겨레>에 “대표이사실은 문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활짝 열린 구조였고, 윤 대통령과 관련해 무속·역술인과 관련된 의혹이 있던 와중에 커다란 부적 사진이 있어 이를 촬영했을 뿐”이라며 “다른 공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개방돼있었는데, 굳이 ‘방실’로 구분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 앞으로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언론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판단 아니냐”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하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재 목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있으나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문제가 된 장소가 타인의 접근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독립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사무실의 한 부분에 불과한데 공익에 해당하는 기자의 취재 활동을 무리하게 제약하는 판결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앞서 두 기자가 기소된 성명을 내고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의 취재 활동이었다”며 “윤 대통령과의 특수관계가 정상적인 언론 취재를 범죄로 몰아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 영향을 준 것이라면 이는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언론탄압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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