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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숙인에 숙식 제공해 대포통장 1000개 만든 조직폭력 단체

등록 2023-02-19 10:00수정 2023-02-19 22:10

노숙인에게 숙식 제공하며 명의 빌려
대포통장 거친 돈만 12조8000억원
경찰 “불법 목적 회사 해산명령 신청권 필요”
경찰이 지난해 7월 경상북도 경산에서 대포통장 유통조직 조직원의 차를 압수하며 발견한 대포통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경찰이 지난해 7월 경상북도 경산에서 대포통장 유통조직 조직원의 차를 압수하며 발견한 대포통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노숙인들에게 원룸과 생활비를 제공하며 2년여간 대포통장 1048개를 만든 대포통장 유통조직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 조직이 대포통장을 범죄단체 등에 빌려주고 번 돈만 212억원에 달한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조직폭력배가 결성한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총책 등 조직원 38명을 검거해 그 가운데 총책을 포함한 6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2019년 6월 대구에서 대포통장 유통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을 만든 이들은 2년여 동안 528개 유령법인 사업자를 등록, 1048개의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하고, 은행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 중 조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22명에 대해선 범죄단체조직죄도 적용했다. 지난해 5월 전문 대포통장 유통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을 차례로 검거해 지난해 10월 말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이 한달에 약 170만원을 받고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사이트 등 범죄조직에 통장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약 212억원의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포통장 1048개에서 거래된 불법 자금의 규모만 12조8000억원(입금액 기준)에 이른다. 경찰은 해당 통장이 추가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막으려고 우선 566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계좌 잔액 46억원 및 압수한 현금 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 보전했다. 경찰은 나머지 통장에 대해서도 지급정지할 예정이다.

경찰이 지난해 7월 대구에서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조직원을 체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경찰이 지난해 7월 대구에서 대포통장 유통조직의 조직원을 체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제공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노숙인 3명도 함께 입건됐다. 유통조직 일당은 노숙인을 유령법인 대표자로 올리고 이 법인에서 여러 지점 사업자를 등록해 다시 해당 사업자 1개당 유령법인 계좌를 여러개 만드는 방식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노숙인들은 그 대가로 원룸과 한주에 20만원을 생활비 명목으로 받았다. 경찰은 노숙인 한 사람에 많게는 통장 60여개가 개설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역할을 분담해 메신저 단체 대화방 등에서 실시간으로 활동 내역을 보고·지시하고, 경찰 수사에 대비해 가명을 사용하는 등 조직적·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타인에게 통장을 제공하거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전자금융거래법상 금전적인 대가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통장 등을 양도·대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은 신속한 추가 범죄 예방을 위해 수사 단계에서 경찰에 불법 목적 등으로 설립된 회사에 대한 ‘해산명령 신청권’을 부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는 상법상 이해관계인과 검사만이 회사 해산명령 청구를 할 수 있다. 고태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2계장은 “법인 명의로 개설된 대포통장은 조직원 일부가 검거됐다고 하더라도 법인을 말소하지 않으면 다른 조직원들이 통장을 개설하는 행위를 반복해 범죄가 지속된다”며 “경찰이 신청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처럼 회사 해산명령도 경찰이 검찰에 신청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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