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과 회의실에 놓인 그 많은 ‘플라스틱 가림막’은 어디로 갈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지난 3년여간 학교와 식당, 회사 회의실 등 곳곳에 비치된 플라스틱 가림막이 거리두기 완화 조처에 맞춰 ‘퇴출’될 처지다. 그러나 가림막 철거 과정에서 자칫 ‘플라스틱 쓰레기’만 수백만개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정부와 개별 기관 등의 ‘재활용’ 고민이 커지고 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급식실 가림막을 계속 설치할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새 학기부터 학교 급식실 가림막 설치를 자율에 맡긴다는 방역 지침을 발표하면서다. 구내식당이 있는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대는 구내식당 가림막 철거에 대한 학생들의 찬반 의견을 조사한 총학생회와 이번주 중 논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철거 이후의 쓰레기다. 플라스틱 가림막을 투명페트병이나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분리배출할 경우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플라스틱이더라도 정확한 재질이 확인돼야 재활용하기가 쉽다. 그러나 재활용 선별 시설 내 광학자동선별기는 물론 일반 직원들도 플라스틱의 갈래인 아크릴수지·폴리카보네이트·폴리에틸렌 등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플라스틱과 함께 배출된 가림막은 대체로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가림막을 직접 주문한 학교 등이 재질을 선별해 배출하더라도 ‘수익성’ 문제가 남는다. 약 10t 이상 모여야 재활용 업체에도 수익이 남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학교에서 나오는 가림막을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모아 재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재활용된 가림막은 인테리어 소품이나 조명 커버, 상패, 매장 디스플레이, 지붕재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
이에 일부 공공기관 차원에서는 여러 곳의 가림막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수도권서부환경본부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씨제이(CJ)프레시웨이와 한국청소협회, 한국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등과 협약을 맺고 가림막 재활용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씨제이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단체급식점포에서 가림막을 이물질 없이 배출하면, 청소협회에서 재활용 업체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급식점포 7곳에서 회수한 가림막은 1.3t 규모다. 정종완 수도권서부환경본부 부담금관리부장은 “시범사업 평가를 평가한 뒤 공단 차원에서 환경부 등과 함께 전국 확대 계획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과 이달 말 가림막 재활용 방법과 관련해 회의를 열 예정이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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