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알바 사기’ 범죄가 이뤄진 채팅사이트 광고. 인스타그램 갈무리
20대 초반 대학생 ㄱ씨는 지난 11일 ‘여성전용 채팅 알바’라고 소개한 인스타그램의 한 광고를 봤다. 이 광고는 “여성이면 누구나 초기 비용 없이 할 수 있는 건전한 채팅 알바”라며 휴대폰으로 하루에 1∼2시간이면 3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소개했다. ㄱ씨는 “돈이 필요했는데, 마침 광고를 보고 혹했다”며 이 알바에 지원했다.
그러나 ‘건전한 익명 채팅’이라는 광고와 달리 채팅 상대들은 코인을 대가로 신체 사진을 요구했다. ㄱ씨가 채팅방에 접속해 대화한 한 남성은 “오빠 돈 많아. 사진 화끈하게 보내줘”라고 과시하며 ㄱ씨에게 수십만원 상당의 코인을 보내며 나체사진을 요구했다. 이미 많은 코인을 받은 ㄱ씨는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고, 남성은 급기야 얼굴이 함께 나온 사진까지 요구하며 300만원 상당의 코인을 보내주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렇게 모두 800만원 상당의 코인을 받은 ㄱ씨가 채팅사이트를 통해 현금으로 환전하려고 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상담센터는 ‘돈을 환전하려면 브이아이피(VIP) 등급의 회원이 돼야 한다’며 추가로 100만원을 입금하라고 답했다. ㄱ씨는 입금하고 등급을 올렸지만, 이번엔 “음란 사진을 주고받아 계정이 정지됐다”며 100만원을 추가 요구했다. 모두 200만원을 입금했지만 이번에도 환전 오류가 발생했고, ㄱ씨는 사기임을 직감했다.
ㄱ씨가 고객센터 직원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이 직원은 채팅 상대였던 남성에게 보낸 ㄱ씨의 나체사진을 보여주며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에 이 사진들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돈을 주면 사진을 지워주겠다는 협박이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ㄱ씨 신고를 받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21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ㄱ씨는 전형적인 ‘채팅 알바 사기’ 구조로 피해를 봤다. 최근 아이돌그룹 에이오에이(AOA) 출신 가수 권민아도 같은 수법으로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익명 채팅방에 남성들과 ‘건전한 대화’만 하면 하루에 30만원가량 벌 수 있다는 ‘고수익 알바’에 지원했다가 사기 피해를 본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채팅사이트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1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기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대학원생 ㄴ(24)씨도 채팅 상대로부터 200만원 상당의 코인을 현금으로 환전하려고 하자 ‘금융감독원 모니터링에 걸렸다’, ‘음란 사진을 전송해 등급이 낮아졌다’는 등의 핑계로 6차례에 걸쳐 모두 1500만원을 보냈다. ㄴ씨는 “처음에는 이상했지만, 그래도 추후에 입금한 금액까지 모두 환전할 수 있다는 설명을 믿었다”고 말했다.
ㄴ씨가 상담센터에 ‘사기가 아니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항의하자, 상담직원은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면 탈퇴 처리해 돈을 받을 수 없다. 신체 사진을 들고 경찰서에 가겠다”고 협박해왔다. ㄴ씨는 인천 연수경찰서에 지난 9일 신고했다.
이 채팅사이트는 경찰에 신고된 뒤에도 계속해서 운영돼다 최근에서야 문을 닫았다. ㄱ씨와 ㄴ씨는 커뮤니티에서 같은 채팅사이트 사기 피해자가 추가로 2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인천 외에도 전국적으로 채팅사기 범죄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피싱 범죄의 변종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들의 돈이 입금된 계좌를 바탕으로 피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를 본 뒤 빨리 신고해야 경찰에서 범행에 이용된 계좌를 정지시키는 등 긴급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채팅 알바 사기’ 채팅 사이트 쪽이 피해자들을 협박한 대화 내용. 피해자 ㄱ씨, ㄴ씨 제공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