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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음주운전 재판마다 “알코올상승기 무죄” 주장…법원 ‘응, 아니야’

등록 2023-02-24 13:40수정 2023-02-24 15:3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음주를 측정한) 새벽 6시36분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합니다. 운전 당시에는 처벌 기준인 0.03%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전경세 판사 심리로 진행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 재판에서는 어김없이 피고인 쪽의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주장이 나왔다. 전 판사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 주장은 음주운전 혐의를 다투는 법정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주장되는 논리다.

24일 ㄱ씨 판결문을 보면, ㄱ씨는 지난해 7월15일 새벽 6시20분 서울 강동구에서 2㎞ 남짓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ㄱ씨의 음주측정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043%로 처벌 기준인 0.03%보다 높았다. 이 재판에서 변호인은 ‘측정 시점’을 문제 삼았다. ㄱ씨가 최초 운전한 시점은 6시20분인데, 음주측정은 16분이 지난 뒤인 6시36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음주 직후 체내에 흡수되기 시작한다. 이와 동시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다가 간의 알코올 분해작용이 본격화되면 감소하기 시작한다. 만약 음주측정 시점이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구간이었다면, 시간상 앞선 실제 운전 당시엔 측정치보다 낮은 혈중알코올농도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셈이다.

이 주장이 나름의 근거를 가지는 이유는 ‘위드마크 공식’의 영향이다. 스웨덴 생리학자 위드마크가 개발한 이 공식은 체중과 성별 등 변수에 따른 개인의 시간당 알코올 분해도 연구를 토대로,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방식이다.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고 도주한 ‘뺑소니 사건’ 등 용의자의 음주 여부를 검증할 때 사용해왔다.

물론 이 공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 공식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의 시간상 추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을 때 대략의 추세를 살피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편이다. 다만 이 공식에 따른 알코올농도의 추이 변화를 ‘상승기’ 주장을 펼치는데 근거로 삼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최근 전국 음주운전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상승기’ 주장이 나왔던 판결문 10건을 보면, 전부 유죄가 인정됐다. 그중 단 1건에서만 “최종 음주 시점부터 30~35분 후에 음주측정이 이뤄져서 상승기로 보인다”며 검사가 기소했던 혈중알코올농도(0.086%)보다 낮게(0.075%) 인정됐을 뿐이다. 앞서 충청 지역 한 지방법원의 판사 역시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을 때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였다”며 무죄를 주장한 바 있지만, 당시에도 1심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상승기 주장은) 재판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보통 처벌 수치의 경계선에 있는 분들만 주장한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는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여러 사정을 따져 상승기 주장으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다”며 “처벌 수치를 살짝 넘겼거나 음주측정과 운전 시간에 시차가 있는 경우에 보통 주장하게 된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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