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을 상대로 학업 지도를 하다가 7천만원어치 명품가방과 의류 등을 훔친 가정 방문 과외교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채희인 판사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40대 여성 ㄱ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ㄱ씨는 2021~2022년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의 초등학생 자녀에게 학습 지도를 하다 피해자의 자녀가 수업 중 화장실을 가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안방과 작은방 등의 옷장, 서랍장에 보관돼 있던 7천만원어치 명품가방과 의류, 액세서리 등 38개를 훔쳐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 쪽은 범행 자체는 인정했으나, 이 범행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절도를 저지를 무렵,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고 이후 이혼까지 하게 되면서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더불어 충동적 도벽 증상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ㄱ씨는 “절도 행각이 드러난 뒤엔 괴로움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는 시도마저 했었다. 피해품으로 재산증식을 도모하지 않았고, 지금은 피해품을 모두 돌려줬으며 합의금 6천여만원까지 지급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고자 법원의 양형조사제도를 활용해 ㄱ씨의 사정을 살폈다. 그 결과,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판결에 참작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ㄱ씨의 범행을 크게 꾸짖었다. 남의 물건을 가져간 행위만으로도 위법하지만, ㄱ씨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집에 들어올 수 있게 허락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초등학생 자녀를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이었던 사람인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ㄱ씨의 절도 범행은 신뢰를 져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장기간 신뢰관계를 형성했던 ㄱ씨가 수십 차례에 걸쳐 큰 금액의 절도를 한 것은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해 피해자가 더는 ㄱ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이 사건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범행에 한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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