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노르웨이 국회의원 실리에 옘달.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과거 불법 입양 실태 파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꾸리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한국,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에서 친부모 동의가 없었거나, 부모가 있는 아동을 고아로 속여 노르웨이에 입양된 아동들에 대한 현지 언론 보도가 3년여 전부터 노르웨이 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가 직접 관련 조사에 나서기로 하면서 노르웨이에서도 조사기구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한국 정부와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노르웨이 국회 가족·문화위원회 소속 실리에 옘달(Silje Hjemdal·진보당) 의원을 지난 1일 서울 중구에서 만났다. 옘달 의원은 “노르웨이 국민인 아이들이 불법 입양의 결과물일 수도 있기에 국회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정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에 독립적인 기구의 필요성도 받아들여졌다”며 “과거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첫 단계가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옘달 의원은 노르웨이에 입양된 한 아동이 자신이 고아인 줄로만 알고 55년을 살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에 어머니가 살아 있었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8년 본격화한 국외 입양은 1960∼90년대 정점을 찍었다. 2016년 기준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인 약 6500명 가운데 4000명 이상이 이 시기에 입양된 것으로 추산된다.
왼쪽부터 덴마크 한인 입양인 한분영씨, 실리에 옘달 노르웨이 국회의원,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그룹 피터 뮐러.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노르웨이 정부가 독립 조사기구 구성에 나선 데는 지난해 1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개시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진실화해위는 네덜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 등 9개국에 입양됐던 한인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국외 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 중이다. 옘달 의원 등 노르웨이 의원 10명은 지난달 27일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과 조사관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독립 조사기구가 잘 운영되려면 한국 정부·입양기관 등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옘달 의원은 “노르웨이로 돌아가면 진실화해위와 국회의 협력 필요성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기간 연장이나 상시 조사기구를 만들면 좋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해외입양 문제와 관련해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372건(노르웨이인 21건)이지만, 조사개시가 이뤄진 사건 34건 가운데 노르웨이인 신청 사건은 1건에 불과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