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고위 간부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해당 간부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인의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녹취록엔 경찰 수사를 받던 이들이 수사 진행 및 처분 계획 등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녹취록 분석을 토대로 실제 수사 무마 청탁 등이 이뤄졌는지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송창진)는 지난해 8월 대우산업개발 ㄱ회장과 ㄴ대표 사이에 이뤄진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분석을 진행 중이다. 해당 녹취록엔 ㄱ회장이 ㄴ대표에게 ‘경찰 전화를 받았다. 내가 다음 주 경찰 조사를 받고 ㄴ대표를 한 번 더 부른 뒤 (분식회계 혐의는) 무혐의로 끝낼 예정’이란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를 받던 이들이 수사 정보를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담긴 것이다.
이 녹취록엔 수사 무마를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ㄷ경무관을 언급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ㄱ회장은 ‘본인(ㄷ경무관)이 서울로 영전해 눈치를 많이 볼 거다’거나 ‘다음 주 조사 전 보고받기로 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ㄷ경무관은 지난해 8월 강원경찰청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인사이동이 있었다. 이같은 정황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 시민단체가 회계부정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하면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수사 대상이 됐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ㄱ회장을 배임 혐의로, ㄴ대표는 배임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공수처는 ㄷ경무관이 수사 무마를 대가로 ㄱ회장 등으로부터 3억원을 약속받고, 이 가운데 1억2천만원을 실제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1일 ㄷ경무관의 자택과 서울청 사무실, 대우산업개발 본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2일엔 ㄷ경무관 등의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해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 및 관련자 조사를 토대로 금품이 오고 간 경위 및 실제 수사 청탁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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