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의 합의 과정에서 제외됐던 퇴직자들에게 노동조합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현대차 퇴직자 834명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와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노조는 원고들에게 1인당 1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019년 현대차 노사는 6년간 끌어오던 통상임금 소송을 대법원 판결 전 합의로 마무리했다. 당시 노조는 조합원 23명이 대표로 소송을 진행해 그 결과를 전 직원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는 대법원 선고 하루 전 소송을 취하하고, 그 대신 회사 쪽이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근속기간별로 200만∼600만원과 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소송을 제기할 당시엔 재직 중이었지만 소송 결과를 기다리다가 정년을 채워 퇴직하게 된 이들이 격려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퇴직자들은 “2013년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시작한 노조가 이듬해 단체 협상에서 ‘소송 결과를 당시 재직자까지 포함한다’고 회사 쪽과 합의했다”며 2020년 7월 격려금을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노조가 재직자들만 통상임금 계산에 포함하고 퇴직자를 제외한 것은 불법”이라며 노조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회사 쪽에 대해서는 “퇴직자인 원고들이 여전히 회사를 상대로 임금과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며 개별 소송이 가능했다는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손해배상금과 관련해 “노조의 소송 취하 과정에서 일체의 참여가 배제돼 아무런 의사를 개진하지 못한 데 따른 비재산적 손해라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렵다”며 민사소송법을 근거로 손해액을 1인당 100만원으로 산정했다.
2심 재판부 역시 “노조는 2019년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면서 퇴직자들에게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 이는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별도 소송을 제기할 기회를 지연시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 쪽에 대해서도 “통상임금 대표소송이 취하됐더라도 퇴직자들이 별도의 소송을 여전히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금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1심과 같이 판단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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