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헤어진 연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전 연인 ㄴ씨가 ‘ㄱ씨와 합의했다’며 합의서를 냈지만, 검사는 ㄴ씨를 조사한 후 ‘보복이 두려워 합의서를 작성해준 것’이란 취지의 양형조사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해 10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ㄱ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를 명령했다.
범행에 대한 반성 없이 반성문, 합의서 등을 내고 감형받으려는 ‘꼼수 감형’ 시도가 늘면서 법원과 검찰도 이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6월~올해 2월까지 주요 성범죄 사건 판결문 91건을 분석한 결과 “기부자료나 반복적인 반성문 제출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인정한 판결문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피고인의 변명 취지나 피해자에 대한 태도 등을 근거로 피해자의 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중형을 선고한 사례가 다수”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성범죄자 사이에서는 반복적인 반성문 제출이나 여성단체 기부자료, 젠더 관련 교육 이수증 등을 제출하고 감형받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반성문을 대필해주거나 이러한 꼼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로펌도 나타났다. 이에 대검은 지난해 6월 “성범죄 등 양형자료의 진위를 면밀히 확인하라”고 지시해, 일선 검찰청에서는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제출된 이러한 자료의 진위를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처벌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검은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은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회복 또는 재발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등을 조사·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단순한 기부자료, 교육 이수증, 반성문 반복 제출은 인정되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수사‧재판 중에 제출되는 양형자료들의 진위와 경위를 면밀히 조사해 죄에 상응하는 정당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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