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단체 관계자들과 시설 수용 피해생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화숙.재생원 등 수용감금 복지시설에 대한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시립아동보호소로 들어간 때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습니다. 어린 저를 ‘신입 빠따’라고 해 곡괭이 자루로 엄청난 폭행을 당했습니다. 거기서 도망 나와 돌아다니다가 또 붙잡혀 갔습니다.”
여섯살 어린 나이에 시설에 들어간 뒤 10년여간 11개 수용시설을 전전한 홍성정(57)씨는 14일 낮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 섰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홍씨를 비롯해 부산 영화숙·재생원 등 수용시설에 감금됐던 피해자들은 “전국적으로 존재한 많은 부랑인 수용시설은 당사자 사망과 실종, 계속된 시설 수용 등으로 피해자의 진실규명 신청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진실화해위의 직권 조사를 촉구했다.
홍씨 역시 서울시립아동보호소를 탈출한 뒤에도 형제복지원과 부산소년의집 등 여러 시설에 수용돼 폭행에 시달렸지만,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절차를 잘 알지 못해 진정 접수를 하지 못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과거사 규명 접수를 마감했다. 홍씨는 “사회에 나와서도 공포와 두려움 속에 살았다. 제가 당한 것이 국가폭력인지도 모르고 숨어 지냈다”며 “이제라도 국가 차원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1년 수도권 및 강원 지역 집단수용시설을 용역조사해 다수의 시설에서 군대식 통제와 구타, 사망과 암매장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에도 직권조사 등 후속 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김재형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문화교양학)는 “한 번 수용된 사람은 평생 또는 장기간 여러 집단수용시설을 전전할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극히 드물고, 진실화해위를 늦게 알아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진실화해위의 선제적 조처를 요청했다.
영화숙·재생원에 수용됐던 손석주(60)씨는 “여덟살, 열살 애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또는 맞아서 죽었고, 그 시신을 열대여섯살 애들이 야산에 묻었다. 그 시절 죽은 친구들이 너무도 그립다. 억울하게 죽은 아동들, 피해자들을 구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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