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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스폰서 검사’ 제보자 포토라인 세운 검찰…“초상권 침해 아냐”

등록 2023-03-15 13:18수정 2023-03-15 15:20

법원 “스스로 제보해 언론 관심 모아”
포토라인. <한겨레> 자료 사진
포토라인. <한겨레> 자료 사진

체포 뒤 본인 의지에 반해 검찰에 의해 포토라인에 선 형사 피의자가 초상권 침해를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가 체포 장소 등을 기자에게 미리 알린 건 잘못이지만,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쪽은 앞서 같은 사안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초상권 침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정반대로 판단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0단독(재판장 박지원)는 고교 동창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던 ‘스폰서 검사’ 사건 제보자 김희석(54)씨가 당시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였던 윤희식 변호사에게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5천만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80억원대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김씨는 검찰 수사를 피해 강원도 지역으로 도주하면서,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향응 제공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 보도가 관심을 모은 뒤인 2016년 9월5일 검찰 수사관에 체포된 김씨는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서울서부지법으로 호송됐다. 김씨는 호송차량에서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거부했다. 또 얼굴·수갑을 가릴 물품을 달라고 했으나 받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가지고 있던 수건으로 수갑만 가린 채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서울서부지법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섰다. 당시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였던 윤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체포 장소와 등을 미리 알려줘 포토라인이 세워지는 바람에 인격권과 초상권이 침해됐다는 게 김씨 주장의 뼈대다.

법원은 먼저 김씨 체포 장소를 기자들에게 알린 윤 변호사 행위가 잘못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체포 직후 다수 언론사 기자에게 김씨가 체포됐다는 사실과 그 장소를 알린 점을 두고 “공표행위만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김씨 명예권 등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윤 변호사 행위로 김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이 명백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윤 변호사가 김씨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도 봤다.

그러나 법원은 김씨 초상권이 침해된 결과에 대해서는 윤 변호사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변호사가 △호송하던 수사관들이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거나 △기자들이 비식별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김씨 이목구비가 대략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점 등을 알았거나 간과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김씨가 스스로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의 유착관계를 제보해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킨 사정 등을 볼 때 피의사실을 공표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이 판결은 앞서 같은 사안에 대한 초상권 침해를 인정했던 대법원 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이어서 김씨 쪽은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은 2021년 12월 김씨 초상권 침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며 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당시 수사기관이 원하지 않는 촬영을 당할 상황에 놓인 피의자 신병을 확보할 때 초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김씨가 공인이 아닌 사인이라 신원공개가 허용되는 어떠한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또 대법원이 확정한 원심 판결문에는 “서부지검 차장검사(윤 변호사)는 김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집행된 직후 언론사 기자들에게 구체적 경위를 알려줘, 공보준칙 등 규정을 위반해 초상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김씨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할 예정이다. 김씨 쪽 대리인은 “법원은 당시 차장검사가 포토라인에서 촬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없었다고 판결했는데, 창문만 내다봐도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상황을 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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