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함께 일했던 직원을 채용하라며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국회의원에게 채용을 압박할 ‘직권’이 없으니 직권남용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권한이 없으면 남용도 없다’는 논리가 이번에도 적용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6일 확정했다.
최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던 2013년 8월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사무실에서 일했던 인턴 ㄱ씨를 채용하라며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는 중진공 2013년 하반기 신규채용에 지원해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에서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중진공 실무자들이 점수를 조작해줘 면접전형에 올라간 상태였다.
ㄱ씨는 면접에서도 불합격 점수를 받았지만 최 전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이 만난 뒤 중진공에 최종합격했다. 당시 최 전 의원은 ‘ㄱ씨는 점수가 낮아 채용하기 어렵다’는 박 전 이사장에게 “괜찮아, 그냥 해”라고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중진공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의 소속기관으로 최 전 의원은 중진공 예산, 사업에 관해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며 최 전 의원을 기소했다.
1·2심은 최 전 의원에게 특정인 채용을 요구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채용 압박을 직권남용이라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상임위 소관기관에 대해 특정인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직무권한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게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개인의 채용을 요구한 행위는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최 전 의원의 행위가 박 전 이사장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요 혐의도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직권남용과 강요의 점에 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 전 의원의 압박에 ㄱ씨를 무리하게 채용했던 박 전 이사장은 채용비리 혐의(업무방해)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개월의 확정 판결을 2018년 2월에 받았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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