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낮 대구 달성군 논공읍의 한 교회에 출동한 경찰들이 이주노동자를 체포하고 있다. 해당 교회 성도 제공
필리핀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교회 예배를 보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이지만, 이주민 단체들은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는 무리한 체포라고 반발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달성경찰서는 지난 12일 오전 10시49분 “교회 안에 외국인 등록증을 위조한 필리핀 국적 외국인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달성군의 한 교회에 출동했다. 해당 교회는 필리핀 국적의 목사가 운영하는 교회로, 담임목사 1명과 이주노동자 18명, 한국인 1명이 예배에 참석했다.
애초에 예배가 끝나길 기다리던 경찰은 낮 1시17분 예배 중인 교회로 들어갔다.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외국인 등록증을 확인한 뒤 그중 9명을 체포하고 이들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넘겼다.
교회 쪽은 경찰이 ‘토끼몰이식 단속·체포’를 벌였다고 반발했다. 교회 내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ㄱ씨는 “처음 출동 나온 경찰과 예배가 끝나고 단속하기로 협의했다”며 “하지만 경찰 쪽에서 잠긴 문을 열어주면 도망가는 사람이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해 문을 열어줬는데 곧장 이주노동자를 체포했다”고 말했다. 반면 달성경찰서 관계자는 “예배가 길어져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체포한 것”이라고 했다.
핵심은 경찰의 고지 여부다. 2009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출입국관리공무원 등이 제3자의 주거지나 사업장에 들어가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하려면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담임목사는 이를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예배를 맡은 라프 목사는 “교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점에 교우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경찰은 예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등 관련 단체는 이번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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