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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후쿠시마 71살 어부 “오염수 방류 결정, 정부의 폭주…제동 걸어야”

등록 2023-03-18 09:12수정 2023-03-20 10:45

[한겨레S] 커버스토리
코앞 다가온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오염수 방류 땐 어민들 끝장”
일본 후쿠시마현 어민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로 삶의 터전인 바다가 황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8일 후쿠시마현 소마시 한 어시장. 신화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현 어민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로 삶의 터전인 바다가 황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8일 후쿠시마현 소마시 한 어시장.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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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를 방류하면 끝입니다.”

일본 후쿠시마현 어부 오노 하루오씨는 올봄 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방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올해 71살인 오노씨는 15살 때부터 50년 넘게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왔다. 그는 “오염수가 방류되고 나면, 어떤 사람이 아이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이겠냐”며 답답해했다.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온 오노씨 같은 이들에게 후쿠시마 앞바다는 그 자체가 평생 삶의 터전이다. 이들은 이웃 나라들로부터는 방사능 오염수를 마구 방류하는 나라의 국민으로 비난받고, 자국에선 이 때문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바다 없이 살 수 없고,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라며 “오염수 방류 문제에 일본뿐 아니라 이웃 나라인 한국에서도 목소리를 내서 바다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노씨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을 통해 진행됐다.

―후쿠시마 바다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후쿠시마현 북쪽 바다 마을 신치마치에 살아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약 50~60㎞ 떨어진 곳이에요. 배를 가지고 있고, 후쿠시마현 소마·후타바 어업협동조합에 속해 있습니다. 15살 때부터 어부로 일했어요. 지금 71살이니까 56년 경력입니다. 아버지, 할아버지도 어부로 살았고 지금 내 가족도 모두 어부입니다.”

―12년 전 3·1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후쿠시마 사고 후 한동안 조업이 정지되었어요. 2012년 6월부터 안전이 확인된 어패류를 대상으로 시험조업을 시작했어요. 2017년 4월부터는 출하 제한 어패류 외 모든 어패류로 시험조업이 확대되었어요.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확대조업을 시작했어요. 그사이 한동안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을 기피해 생선이 안 팔렸어요. 그래서 국가가 정하는 방사능 기준은 100베크렐(㏃)이지만,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은 50베크렐이라는 독자적인 출하 기준을 만들었어요. 이걸 넘으면 팔지 않고 폐기 처분합니다.”

―어획량이나 거래 가격도 달라졌을까요?

“조업이 제한됐을 당시엔 어획량이 좀 줄었죠. 거래 가격은 최근 들어 회복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어업조합이 철저한 모니터링·샘플링을 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온 걸, 소비자가 납득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사능 수치는 거의 0에 가깝지만, 올해 2월7일 농어에서 85.5베크렐이 검출된 일처럼 가끔 높은 수치가 나오는데, 그땐 그 어종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출하가 정지됩니다.”

일본 후쿠시마현 어부 오노 하루오(71)씨. 그는 후쿠시마현 앞 바다에서 56년동안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왔다. 본인 제공
일본 후쿠시마현 어부 오노 하루오(71)씨. 그는 후쿠시마현 앞 바다에서 56년동안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왔다. 본인 제공

―일본 정부가 올해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습니다.

“어민들 누구도 납득하지 않았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 총리대신, 각료들이 멋대로 정한 겁니다. 일본은 법치국가가 아닌가요? 당사자 허락 없이 그렇게 서둘러 바다로 버릴 필요가 있냐는 말입니다.”

―어민들에겐 생존이 걸린 일입니다.

“바다는 어부들의 소중한 일터입니다. 누구도 일터가 오염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누가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는 걸 좋아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후쿠시마 바다는 오염시켜도 괜찮단 겁니까? 그렇게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농사짓는 물로 쓰면 됩니다. 아이들이 노는 수영장 물로 쓰면 됩니다. 국민 70~80%도 반대하는 것으로 압니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건 정부의 약속 위반이에요. 한 나라의 총리대신이 그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나도 똑같은 국민입니다.”

―정부가 어떤 피해 보상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 보상금’ 같은 말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바다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물고기들을 비롯한 여러 생물의 집입니다. 그 바다를 인간이 멋대로 더럽혀도 되는 걸까요? 바다에 사는 생명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부는 그 생명들을 잡는 것으로 생업을 하니까, 그 고마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생명을 소비자에게 전하는 것이 어부의 일입니다. 맛있는 해산물 말입니다. 오염수를 방출하고 난 뒤에는 후회해도 늦습니다.”

―대안이 있을까요?

“이렇게 서둘러 바다에 방출하지 않으면 됩니다. 왜 최악의 방식(오염수 바다 방류)인지 모르겠네요. 과학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 더 나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당장엔 없더라도 몇년 후에는 나올 겁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도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는 마당에 오염수 방출만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말입니다.”

―주민들 불만도 클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만든 전기는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사람들이 써왔으니, 오염수도 도쿄만에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왜 후쿠시마만 계속 피해를 봐야 합니까. 대신(장관)들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안전하면 직접 마셔보란 얘기입니다.”

―오염수 방류 때 예상되는 피해는 어떤 게 있을까요?

“또다시 수산물이 안 팔리게 될 겁니다. 누가 사겠습니까? (오염수 방류 뒤) 당신들이라면 아이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이겠습니까? 다른 지역 수산물과 견줘, 후쿠시마산을 기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방류하면 끝입니다.”

―어민들의 걱정도 클 것 같습니다.

“삼중수소 피해는 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몇년에 걸쳐 방류하고 나면, 그 피해는 영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사고 이후 12년이 흘러 그나마 안정됐는데…. 우리 어민들이 뭘 잘못했나요? 왜 우리들의 목소리를 안 들어주는 겁니까?”

―자녀 세대는 어떤가요?

“저희 아들 셋, 모두 어부입니다. 그러니 더 걱정스럽습니다. 바다가 오염되면 아이들, 손자들의 건강도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영향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데 걱정은 끝이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어민들은 바다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곳을 두고 다른 곳으로 떠날 수는 없습니다. 월급쟁이라면 어디든 이사 가서 새로 생계를 꾸릴 수 있지만, 우리는 그게 아닙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오염수 방출은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의 문제입니다. 일부 국민은 나라가 정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바다 마을 사람들은 옛날부터 바다에 신이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바다는 생명의 근본입니다. 누구도 바다 없이 살 수 없어요.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목소리를 내서 바다를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웃 국가인 한국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본 정부가 폭주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해양 방출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한국 미디어가 이 문제에 대해 잘 전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오하라 츠나키 <탈핵신문> 편집위원, 정리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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