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ㄱ씨는 불법사금융 업체에서 30만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파일공유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요구받은 뒤, 연락처와 본인의 사진을 업체에 전송했다. 이 업체는 ㄱ씨가 상환할 날을 넘겨서 돈을 갚지 않자, 성착취물에 ㄱ씨 사진을 합성해 가족과 지인 등에 전송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합성사진을 게시하는 식으로 상환을 독촉했다.
최근 이처럼 연락처‧사진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뒤,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성착취 사진‧영상을 촬영하게 하거나,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성착취 추심 등의 신종 추심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금융감독원과 오는 20일부터 10월31일까지 성착취 추심 등 불법채권추심 특별근절기간을 운영한다고 19일 밝혔다.
가족·지인 등에게 채무사실을 알리거나 상환을 요구하는 피해 건수는 점차 늘고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2월 말까지 두달간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채권추심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7건)에 견줘 2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족·지인 등을 통한 불법채권추심 피해도 173건으로, 지난해 1~2월(67건)보다 급증했다.
불법업체의 추심 수법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불법업체들은 ‘온라인 인증절차’나 ‘심사 자료’라고 거짓 설명하면서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채무자의 지인 연락처 목록과 사진 파일, 채무자의 개인정보 등을 담보물로 요구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별도의 앱을 설치하도록 요구해 연락처와 사진 파일을 수집해 차용증에 상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가족‧지인을 통해 채권을 추심하겠다는 내용을 넣기도 한다.
경찰은 “가족·지인의 연락처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불법 채권추심, 휴대전화 명의도용 등이 우려되므로 대출상담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파일공유 앱을 통한 주소록 공유 요청, 본인 사진, 가족관계증명서 등은 대출심사와 무관하므로 요구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법추심 피해를 겪거나 우려될 경우 금감원(1332 → 3번) 또는 112에 신고해야 한다. 고금리 및 불법추심 피해자는 ‘채무자대리인 무료 지원제도’(불법사금융신고센터 1332, 대한법률구조공단 132)도 활용할 수 있다. 성착취 추심 등으로 유포된 피해 촬영물을 삭제하려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02-735-8994)에 요청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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