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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바늘구멍 같은 ‘난민 인정’의 길…이 법 통과되면 더 좁아진다

등록 2023-03-22 06:00수정 2023-03-22 12:13

법무부, 난민 재신청 막는 ‘난민법 개정안’ 추진
인권시민단체 “난민추방법” 반발
난민인권네트워크,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난민 당사자들이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인종차별 조장하는 난민법 개악안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발의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난민인권네트워크,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난민 당사자들이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인종차별 조장하는 난민법 개악안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발의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파키스탄인 야쿠브 샤자드(39)는 2013년 자국의 종교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다. 샤자드는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를 믿는 파키스탄에서 기독교를 믿으며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그는 수니파 무장단체로부터 위협을 받아 한국에 오게 됐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세 차례의 난민 신청과 이의 신청, 행정소송 등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거친 끝에 지난 2월에야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세번째)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받았다.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난민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였다면, 샤자드는 오래전에 추방됐을 가능성이 크다. 샤자드는 난민심사에서 탈락한 뒤 몇 차례 재심사를 더 받을 수 있었고, 재심사를 받는 동안 ‘난민신청자’ 자격으로 강제 추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난민법 개정안은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거나, 난민 인정 결정이 취소된 사람이 다시 난민 인정 신청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는 점을 확인하는 적격심사 제도를 신설하기 때문이다. 적격심사를 통과못해도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등 불복절차를 밟을 수도 없다. 개정안에는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는 이들이 심사에 탈락해도 거듭 난민 인정 신청을 해 난민신청자 자격을 얻고, 이를 통해 강제 추방을 피하고 있다는 법무부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개정안은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상정돼 현재 심사 중이다.

난민인권단체들은 난민 인정률(지난달 기준 2.5%)이 극도로 낮고 난민심사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난민들이 심사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난민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통역이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 심사가 많은데, 재심사 문턱을 높이면 ‘진짜 난민’들이 추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인 21일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80개 인권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난민심사제도와 구제 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뒤로한 채 재신청을 막는 쪽으로 제도를 바꾼다면,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는 더 이상의 심사 기회를 얻지 못하고 송환될 수밖에 없다”며 “난민법이 인권법이 아닌 난민을 추방하기 위한 법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제대로 된 난민심사 인프라를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내어 “난민 신청의 심사 건수를 줄이는 방식보다 난민심사 인력 증원과 통역 제공 등 공정한 심사 절차를 구축해, 불복률을 낮추는 방식의 입법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난민 당사자들이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인종차별 조장하는 난민법 개악안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발의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난민인권네트워크, 참여연대, 대한변호사협회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난민 당사자들이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인종차별 조장하는 난민법 개악안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발의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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