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의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허용한 출입국관리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심판대상 조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지만 즉각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길 수 있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의 형식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는 2025년 5월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심판제청인인 이집트 출신 ㄱ(22)씨는 만 17살이었던 2018년 7월 자국의 살해 협박을 피해 홀로 한국에 입국했다.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한 ㄱ씨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았고, 화성외국인보호소의 33.1㎡(약 10평) 남짓한 방에 40~50대 어른 25명과 함께 수용됐다. 구금 한달여만에 ‘미성년자이고 난민신청예정자’임이 받아들여져 일시적으로 풀려났지만, 어른들 사이에서 욕설을 들으며 지냈던 기억은 ㄱ씨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헌재는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고 적법절차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재 다수의견(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단지 강제퇴거명령의 효율적 집행이라는 행정목적 때문에 기간의 제한이 없는 보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행정의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이 조항에 의한 ‘보호’는 사실상 ‘체포 또는 구속’이나 다름없음에도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의 개시 또는 연장 단계에서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별도로 “행정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해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해 조항이 곧바로 효력을 잃으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고려해 2025년 5월31일까지 이 법의 효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이 조항이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출입국관리법이 보호기간에 상한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보호가 필요한 최소한도의 기간 동안에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라며 “보호 기간에 상한을 설정하면 우리나라에 불법체류하는 외국인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국내 이주구금 제도의 큰 획을 긋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이주 구금 상한제도를 도입한 독일과 대만의 사례를 볼 때, (불법체류 외국인 급증) 우려를 뒷받침해줄 실증적인 통계 자료는 없고, 오히려 보호 기간 상한 설정으로 강제퇴거 제도가 더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 많은 나라에서는 비구금적 수단을 통해 효과적으로 강제퇴거 명령을 집행한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등은 아동의 이주 구금을 금지하고 비구금형 대안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고 (성인의 경우도) 해외사례를 참고해 신체의 자유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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