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사육장. 세로가 전날 부순 울타리를 보수 중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동물원을 탈출해 도심을 누볐던 4살 얼룩말 ‘세로’는 현재 안정을 취하기 위해 실내에서 수의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보수 공사로 외부 공간에 나가지 못해 마음이 상한 세로는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당근도 거부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사육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세로 담당 사육사 허호정 과장은 “아직도 어제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다행히 안정을 취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허 과장은 지난해 1월1일 이곳에서 처음 세로와 만나 1년3개월가량 교감해왔다. 사육사는 전날 세로가 탈출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허 과장은 “세로가 마취제를 맞고 나서 일어나기는 바로 일어났는데 불안정한 상태였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했지만, 마음이 상한 상태”라고 했다. 사육사는 세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당근인데, 당근을 줘도 먹지를 않고 실내 기둥을 머리로 ‘툭툭’치고 있다고 전했다.
24일 오후 찾은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 얼룩말 사육장. 세로는 며칠간 내부에서 안정을 취할 예정이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원래 오후 시간대면 외실로 나가야 하지만, 세로가 부순 울타리의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라 실내 공간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세로는 ‘간식 파업’으로 투정을 부리는 중이다.
사육사는 이전까지는 세로가 돌발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고 했다. 허 과장은 “엄마, 아빠를 갑작스럽게 떠나 보냈지만, 세로는 옆 울타리에 있는 캥거루와 알파카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노는 것을 좋아해 잘 적응했다”면서 “세로가 아직 어린아이고, 겁이 많아서 본인도 지금 엄청 놀란 상태”라고 했다.
허 과장은 부모가 급성으로 사망한 탓에 세로가 홀로서기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세로는 2021년에는 엄마를, 2022년에는 아빠를 갑자기 잃었다. 야생성이 강한 얼룩말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동물원 내실과 외실을 이동할 때도 부모를 따라다녔던 세로가 갑자기 혼자가 되면서 적응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허 과장은 “처음에는 멀리 당근을 던져줘야만 먹었지만, 점점 가까워지면서 지금은 손으로 주는 당근을 먹는다”며 “점점 가까워졌다”고 했다. 짝꿍으로 데려올 암컷 얼룩말도 얼마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해 내년에 데려올 예정이다. 허 과장은 “빨리 데려오면 좋지만, 서로 경계를 할 수도 있고 너무 어린아이들을 함께 두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수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세로는 다시 바깥 구경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어린이대공원에는 “세로를 언제 볼 수 있냐”는 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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