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야기’ 저자인 문헌학자 김시덕씨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직 재임용에서 탈락한 데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김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재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2월3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로 일하던 2021년 6월 서울대에서 재임용 불가 통지를 받았다. 서울대 인사 규정은 논문 등 연구실적물 평가 총점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재임용하게 돼 있는데, 김씨의 평가 결과가 재임용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2021년 11월 행정소송을 냈다. 김씨 쪽은 △서울대 소속 교원인사위원회 심사위원 간 점수 차이도 지나치게 큰 데다 △그의 연구실적물과 관련한 전공자가 심사위원에 없었고△그에게 소명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며 서울대의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는 이 사건 시행세칙이 정한 재임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째, 심사위원 간 점수 편차가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심사위원들 재량을 갖고 독립적으로 심사하기에 서로 다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객관적 근거 없이 심사 결과에 편차가 있고 평가 내용이 상반된다는 점만으로 재임용 심사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둘째, 심사위원에 전공자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심사위원 선정 규정에서 전공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연구실적물과 관련한 전공자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했다. 셋째, 소명 기회가 부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인사위원회가 출석을 요청하며 소명 기회를 줬지만 김씨가 변호사를 통해 불참 의사를 밝힌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일본인 이야기’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