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통행로 이용을 금지한 부지 소유주의 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부지 소유주 ㄱ씨가 옆 건물주 ㄴ씨 등을 상대로 ‘앞으로 이 부지를 통행로로 이용해선 안 되고 그동안 통행로로 사용한 돈도 지급하라’라며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ㄴ씨의 통행로 이용을 금지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와 ㄴ씨의 다툼은 충남 청양군의 ㄱ씨가 자신의 땅을 ㄴ씨가 통행로로 이용하는 걸 금지하면서 불거졌다. ㄴ씨의 건물은 ㄱ씨의 부지와 맞닿아 있는데, 건물 출입구 위치와 형태 특성상 이곳에 출입하려면 ㄱ씨의 부지를 통해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ㄱ씨와 ㄴ씨 이전에 각각 이곳 부지와 건물을 소유했던 전 주인들은 1994년 11월 이곳 통행로를 건물주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합의를 체결한 상태였다. 그런데 부지와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분쟁이 생겼고, ㄱ씨는 2019년 12월 이곳 부지에 펜스를 세우고 ㄴ씨의 통행을 금지했다.
원심은 ㄱ씨 손을 들어줬다.(ㄴ씨 통행금지) 대법원은 ㄱ씨의 행위가 권한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점유 부분에 관해 ㄴ씨 등의 통행을 금지한다면 건물 특성상 그 출입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며 “ㄴ씨에 대해서만 선별적·자의적으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소유권 행사에 따른 실질적 이익 없이 단지 상대방에게 고통과 손해만을 가하는 것이 되어 법 질서상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ㄴ씨 등이 이 부지를 통행로로 사용했기 때문에 ㄱ씨에게 사용이익 270여만원을 줄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 판결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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