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낮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건너편에서 열린 제158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외교를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본 정부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역사 왜곡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시위에서 “윤석열 정부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일본의 ‘선의’를 믿고 급하게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는 것이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기지촌여성인권연대는 29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제158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참석한 시민들의 손에는 지난 16일 열린 한일정상회담을 전후로 정부 당국자들의 한 발언이 적힌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한일정상회담을 ‘3·16 외교 참사’로 규정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에 무조건 복종하겠다는 저자세를 드러내고 있다”며 “강제동원 해법과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수요시위에선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날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이번 교과서 논란은 기시다 내각의 일관된 입장이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뒤통수를 맞은 것인지 자국민을 기만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일정상회담에서 모든 것을 내어줘 일본 극우들의 혐한과 역사 왜곡을 부추긴 망국 외교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김수민 평화나비네트워크 숭실대지부장은 “강제징용 해법안이 나오고 한일정상회담에 후폭풍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일본의 교과서에서 다시 역사가 지워지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여전히 강제징용 해법안에 대해서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외교부는 28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일본 정부는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 세대의 교육에 있어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지만, 한-일 정상회담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나온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이라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겨레하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용인하고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강제동원 셀프해법으로 사법주권을 포기하더니, 일본에 독도 영유권까지 내어줄 셈이냐”라고 비판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한일정상회담 이후) 각계에서 표명한 우려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이번 교과서 논란으로 증명됐다. 초보 정치인인 대통령이 일본에 백기 투항하다가 뒤통수가 아닌 ‘앞통수’를 맞은 격이다”라며 “향후 후쿠시마 오염수·농수산물 문제 등 일본의 도발이 노골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29일 낮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건너편에서 열린 제158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9일 낮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건너편에서 열린 제158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