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문’ 충암중학교가 시끄럽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며 학습권과 훈련할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학교는 야구부 존폐까지 거론하고 있다. 고등학교 운동장 공사 문제 때문이다.
충암중 야구부 학부모들은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학부모들은 “충암학원이 고등학교 운동장을 교직원 주차장으로 바꾸려고 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라며 “야구부는 선생님들 주차 때문에 운동장에서 쫓겨나 훈련도 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충암중은 충암초·충암고와 함께 있다. 그러나 3개 학교에 배정된 운동장은 2개뿐이다. 중학교 운동장이 없기 때문이다. 충암중 학생들은 충암초와 운동장을 함께 썼고, 야구부는 충암고 운동장을 쓰는 식으로 훈련을 해왔다. 초등학교 운동장은 방과 후 FC서울이 임대해 쓰고 있고, 충암고 야구부는 이전부터 외부에서 훈련을 했다.
그런데 2021년 충암고가 운동장 공사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훈련 장소를 잃은 충암중 야구부는 버스를 대절해 외부로 훈련을 갔다. 이동 시간으로 왕복 2시간이 들었고, 야구부 회비는 1인당 매달 15만원이 늘었다. 학부모들은 “(공사가 끝나면) 원상태로 설치하고 최대한 지원해 드리겠다”는 학교 쪽 말을 믿고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올해 초 학교 쪽 말이 바뀌었다. 충암중은 학부모들에게 운동장 일부를 교직원 주차장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충암중 야구부 학부모 모임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학교를 믿고 기다렸는데 일방적으로 공사 계획을 밝혔다”라며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다면 이를 대신할 지원이라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일단 운동장에 주차장을 만들려던 계획은 중지됐다. 교육청이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조례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민원 답변에서 “서울시교육청 조례에 따라 학교에 주차장을 설치 또는 확장하거나 이전함으로써 운동장이나 통학로를 침범하거나 잠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인 충암고등학교 운동장 일부에 아스팔트 도로가 설치된 모습. 충암중 야구부 학부모 모임 제공
주차장 공사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야구부 학부모 모임 쪽은 “학교가 운동장 문제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더니, 민원 뒤에는 야구부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그 사이에 공사가 진행돼 이미 운동장에 차량 진입로로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도 깔려 야구부가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홍기복 충암중 교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조례가 1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파악이 안됐었다. 진입로는 급식실을 오가는 차량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에 설치했다. 야구부가 다시 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홍 교장은 또 “학교는 야구부를 충분히 배려해왔는데, 이런 식으로 문제가 계속 생기면 야구부를 유지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충암중은 같은 재단 충암고와 함께 손꼽히는 야구 명문 학교로 류지현(전 LG 트윈스 감독), 조성환(두산 베어스 코치) 등 야구인을 배출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