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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퐁당 마약’ 음료에 피싱 접목…“학원가 노린 범죄 충격”

등록 2023-04-06 19:34수정 2023-04-07 10:45

피의자들 “단순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다” 진술
경찰, ‘해외 총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건넨 일당.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건넨 일당.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건네고 부모들을 협박한 ‘마약 음료수 사건’은 마약 유통이 일상에 깊이 파고든 실상을 드러내며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마약 음료수를 나눠 준 이들은 경찰에 붙잡힌 뒤 “마약인 줄 몰랐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생각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경찰은 마약 유통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같은 형태로 진화한 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강남경찰서는 6일 대치동 등에서 10대들에게 ‘마약 음료’를 나눠 준 4명 가운데 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르바이트 행사로 알고 참여했다”는 피의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고등학생들에게 음료수를 나눠 준 나머지 용의자 1명과 이들에게 범행을 지시한 ‘윗선’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잡힌 사람들은 모두 ‘뭘 하는지 몰랐다. (자신들은) 알바’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는 택배나 퀵서비스 등 ‘비대면’으로 마약 음료를 전달받았다고도 한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총책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폭넓게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술이나 음료 등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무력화된 피해자를 상대로 벌이는 ‘퐁당 마약’ 범죄와 ‘고액 알바’를 미끼로 현금 수거책 등을 모집해 돈을 뜯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합쳐진 신종 마약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중간행동책→말단 아르바이트’ 형태의 점조직으로 범죄가 이뤄지는데, 총책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를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 경찰은 학부모들에게 전화해 협박한 피의자도 추적 중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다니는 학원가에 마약이 등장하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집중력 향상 음료’라며 공부에 도움될 것으로 여긴 학생들을 속인 범죄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너무 충격적이고 악한 범죄”라며 입을 모은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53)는 “대치동 학부모들이 암암리에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알려진)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을 구하기도 한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 마약범죄를 저지른 게 너무나도 충격적”이라며 “강력한 처벌과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학원을 찾은 재수생 이다은(19)씨는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열심히 공부하려는 것뿐인데 그 심리를 이용해 마약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니 ‘내가 걸릴 수도 있었겠구나’ 싶어서 너무 불안하고 암담하다”고 말했다. ‘마약 음료수 사건’ 발생 뒤 대치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학원들은 학생·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 사건 발생 사실을 알린 뒤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해 길거리 배포 음료·간식을 절대 받지 말라”고 공지했다.

경찰은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사건을 이날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넘겼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유례가 없는 심각한 범죄”라며 “학원 밀집 지역 등에 경찰 기동대를 투입해 예방 순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강남구 일대에서는 ‘최근 개발한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행사를 가장해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관련 피해 6건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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