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ㄱ씨는 2020년 8월 승객을 태우자마자 급출발을 했다. 미처 자리에 앉지 못한 71살 할머니가 넘어져 다쳤다. 치료비 등 402만원이 나왔다.
그해 2월 입사한 ㄱ씨에게 6개월간 난폭운전 민원이 잇따랐다.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차선을 넘나들며 급정거, 급출발을 반복했다는 게 민원 내용이었다. 정류장이 아닌 2차선 도로에서 승객을 내리게 하고 양보하지 않는 앞차를 앞질러 진로를 방해하는 보복운전도 신고됐다.
폭언도 포함됐다. “왜 이렇게 서행운전을 하냐”는 승객의 항의에 ㄱ씨는 “택시 타고 다녀라” “빨리 가도 지X, 늦게 가도 지X”이라고 답했다. 몸싸움도 있었다. ㄱ씨가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자 화가 난 보행자가 버스에 올라타 다툼이 발생했다. ㄱ씨는 민원을 받을 때마다 자필 사유서를 써냈지만 난폭운전 습관은 나아지지 않았다.
버스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ㄱ씨에게 정직 50일 처분을 내렸다. ㄱ씨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재심을 맡은 중앙노동위원회는 ㄱ씨 손을 들어줬다. ‘정직 사유에 해당하지만, 50일 정직은 과하다’는 게 이유였다. 버스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당시 이상훈 부장판사)는 “민원 내용은 징계기준에 따르면 ‘해고’ 사유에 해당해 정직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난폭운전 민원이 쏟아진 버스 기사에게 정직 처분한 것은 정당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6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9회의 민원”을 받았는데, “그중에는 버스정류장이 아닌 도로 중간에 정차해 승객을 하차시키거나 아직 승객이 하차 중인데도 버스를 출발해 승객들을 중대한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엄정한 처분이 요구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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