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전 베트남 특명전권대사가 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이유로 외교부에서 해임된 데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이 외교부의 손을 들어줬다. 김 전 대사가 기업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고가의 호텔 무료 숙박은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이라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 전 대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김 전 대사는 2019년 6월 베트남 현지 기업인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이유로 해임 및 징계부가금(수수한 금품의 2배) 부과 처분을 받았다. 김 전 대사는 이에 불복해 외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에 대한 징계사유를 전부 인정하고 징계수위 또한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주요 징계사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해임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봤다. 주요 쟁점은 김 전 대사가 ㄱ그룹으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3박4일의 인터콘티넨탈 호텔 숙박(시가 총 1590달러)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냐는 것이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6호는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숙박 등은 예외적으로 수수가 허용된다’고 규정한다.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인터콘티넨탈 호텔 숙박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통상적인 범위’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통상적인 범위’라고 함은 사회통념상 일상적인 예를 갖추는 데 필요한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숙박이 제공된 공식적인 행사의 목적과 규모, 숙박이 제공된 경위, 동일 또는 유사한 행사에서 어떠한 숙박이 제공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대한민국 대사관은 김 전 대사의 외부 출장의 경우 1박당 숙박비를 200달러 이하로 책정했고 ㄱ그룹을 운영하는 기업인 ㄴ씨 쪽에게서도 해당 예산으로는 다른 호텔에서의 숙박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았다. 하지만 김 전 대사는 더 비싼 호텔 숙박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법원은 김 전 대사가 비엣젯항공으로부터 선물받은 항공권과 도자기를 반환하긴 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던 것도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5조 1항은 외국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지체없이 신고하도록 규정하는데, 선물을 반환하면 신고의무가 없어진다고 해석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전 대사가 ㄱ그룹에 자신의 전 직장인 ㄷ전자 전현직 임원에게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숙박을 제공하도록 한 것도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금품수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통상적인 범위’의 판단 방법에 관해 최초로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면 그 선물을 반환했다고 해서 신고의무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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