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채 등으로 역도부 소속 학생 10여명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전 역도부 코치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을 엄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해당 사건으로 코치직에서 해임된 점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김예영 판사는 지난 13일 강요·특수폭행·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한체대 전 역도부 코치 최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11월 생활관에서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시키고 하키채 등을 이용해 학생들을 폭행한 혐의로 한체대 스포츠과학대학 체육학과 역도부 조교이자 남자 생활관 보조 사감인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체대 체육학과 학생은 ‘국립학교 설치령’에 따라 재학 중에는 생활관에 입소해 훈련을 받아야 해, 생활관은 사실상 운동부 합숙소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대학교 역도부 조교이자 남자 기숙사의 보조 사감으로서 학생들의 훈련뿐만 아니라 생활까지 지도·감독하는 지위에 있었고, 역도계가 좁고 모두 선후배 관계에 있어 국비 지원을 받는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실업팀 입단 등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학생들이 피고인을 두려워하고 복종하는 관계였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악용해 위험한 물건인 하키채로 학생들을 폭행해 일부 학생들에게는 심한 부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어 “(폭행의 정도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풀스윙으로 머리를 가격하거나, 발가락을 하나하나 내리찍거나, 학생들에게 서로 싸우게 하는 등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이었다”며 “체육계에 만연해 어린 학생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상흔을 남기는 폭력은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해임됐고, 부상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상당한 금전적 배상과 사과를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가 피해자 19명 가운데 17명과 합의하고, 역도계를 완전히 떠나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점 등이 감형 요소로 고려됐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최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8월 <한겨레>는 최씨가 지난해 5월25일 밤늦게 생활관 2층 복도에 역도부 학생 19명을 집합시킨 뒤 1시간 넘게 얼차려를 주는 등 가혹 행위를 하고, 하키채로 학생들을 폭행해 한 학생이 뇌진탕을 당하고 신체 일부 마비가 오는 등
전치 12주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한체대는 “학생들 군기를 잡는 정도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체대는 폭행 사건 이후에도 스포츠윤리센터 등에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숙현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스포츠 지도자는 폭력을 알게 될 경우 스포츠윤리센터 등 관계 기관에 즉시 신고할 의무가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