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020년 12월3일. 4교시 탐구영역 시험이 치러지던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시험장 감독관이 시험지를 수거해 갔는데, 알고보니 종소리 담당교사 실수로 예상보다 3분 일찍 종이 울린 것이었다. 감독관은 추가로 시간을 주고 다시 문제를 풀도록 했지만, ㄱ씨 등 수험생 9명은 추가 시간이 몇 분인지 명확한 고지가 없어서 시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며 2021년 6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한숙희)는 19일 “1심 판결에서 원고들이 국가에 패소한 부분 가운데 일부가 부당하다”며 수험생에게 각각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종소리 담당교사의 타종이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로 볼 수 없다”며 200만원 배상 책임만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종소리 담당교사의 잘못으로 예정된 종료시간보다 빨리 시험이 끝나 다시 추가시간이 주어졌지만 주어진 시간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는 등 예상 못 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봤다. 이어 시험감독관이 시험지를 회수했다가 다시 돌려줘 수험생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하고 당황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구인들은 시험장이던 서울시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 2심 법원 모두 이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