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다 억울하겠지만…노선영, 김보름에 300만원 배상하라”

김보름, 노선영 상대 민사소송 항소심서 일부 승소
“어른들 잘못으로 선수들 고통” 화해 권고 물거품

2018 평창겨울올림픽 대표팀의 김보름(가운데)과 노선영(오른쪽).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김보름이 괴롭힘을 당했다며 전 국가대표 동료 노선영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문광섭)는 21일 김보름이 노선영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한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김보름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8강 이후 불거진 ‘왕따 주행’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팀 추월은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주자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경기인데 이 경기에서 노선영이 뒤로 밀리며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했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노선영의 부진을 탓하는 듯한 인터뷰를 해 비판 여론이 거셌다. 게다가 노선영이 따돌림을 당해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왕따 주행’으로 번졌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 고의적인 따돌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보름(왼쪽부터), 박지우, 노선영이 2018년 2월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7~8위전에서 나란히 트랙을 달리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후 김보름은 국가대표로 선수촌에 입촌한 2010년부터 올림픽이 열린 2018년까지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폭언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노선영이 2017년 11∼12월 후배인 김보름에게 랩타임을 빨리 탄다고 폭언·욕설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양쪽은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빙상연맹, 코치, 감독 등 어른들의 잘못으로 선수들이 고통받는 소송”이라며 서로 사과하라고 양쪽에 권고해왔다. 또 지난 1월과 4월 조정회부와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양쪽이 이의를 신청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강제조정이란 재판부가 판결하지 않고 원·피고 당사자 간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기어이 판결로 끝내는 게 현명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양쪽 다 억울하겠지만 완벽하게 잘한 것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은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