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을 함정으로 유인해 경찰에 신고하고 검거 과정을 생중계하던 유튜버 ‘동네지킴이’가 영상을 게시하지 않는 조건으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해당 유튜버는 “자발적 후원금”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유튜버 20대 ㄱ씨를 공갈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23일 오후 8시40분께 생중계 중이던 ㄱ씨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전자기록 등을 확보했다.
ㄱ씨는 마약사범 3명에게 “신상이 담긴 영상 유출을 막고 싶다면 영상을 사는 것도 방법이다”라며 수백만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ㄱ씨가 한 피해자에게서 200만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전자기록을 바탕으로 사실관계와 추가 범죄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는 ㄱ씨는 마약이나 성착취물 등 불법 영상물을 소지한 이들에게 접근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이 과정을 생중계하는 유튜버다. 검거 과정을 담은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다만 범인을 유인해 현장을 급습한다는 점이 위장수사 방식과 유사하고, 그 과정이 다수에게 생중계된다는 점 때문에 경찰에겐 고민거리였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출동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적절한 행동인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의 ‘위장수사’라서 절차적으로 무리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ㄱ씨는 현재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닫아놓았다. ㄱ씨는 <에스비에스>(SBS)에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받은 것일 뿐, 영상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