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갓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하고 주검을 숨긴 20대 부모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임신중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친부모의 양육 능력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될 수 없고 이 세상에 죽여도 된다거나 죽는 것이 나은 아이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재판장 최태영)는 영아 살해 및 사체 은닉 혐의로 기소된 엄마 이아무개(22)씨와 아빠 권아무개(21)씨에게 1심과 똑같이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2021년 1월 서울 관악구 자택에서 아이를 낳은 직후 아이를 숨지게 한 뒤, 주검을 가방에 담아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밑에 이틀간 숨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경찰에 아이가 죽은 채 태어났다고 진술했지만, 수사기관은 119신고 기록과 심폐소생술 흔적이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보완 수사를 통해 범행을 밝혀냈다. 이들은 2020년 6∼7월 임신 사실을 알고 산부인과를 찾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임신중단을 하지 못한 것으로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씨는 항소심에서 살해 혐의는 인정하지만 사체은닉을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아이를 고향 선산에 묻어주고 장례를 치를 예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가 “아이를 출산하면 죽인 후 고향 집 야산에 묻겠다”고 여러 차례 말한 것이 근거가 됐다. 아빠 권씨도 이씨의 행동에 반대하지 않고 현장을 지켰기에 재판부는 방조범이 아닌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1심 법원은 “친부모의 양육 의지나 능력에 따라 아이의 생사가 결정될 수 없고, 이 세상에 죽여도 된다거나 죽는 것이 더 나은 아이는 없다”며 “울음을 통해 자신이 살아서 태어났음을 온 힘을 다해 알렸던 아이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보호자였던 부모들에 의해 사망했다. 아이의 사체는 은닉됐고, 이후 누구도 인수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외면당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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