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간사로 승진했습니다”
“‘마을간사제’를 통해 도시민의 귀농을 연착륙하도록 하면 농촌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이 제도가 성공해 모범사례가 되도록 매일 시간대별로 일지를 쓰고 있습니다.”
태평양그룹 계열사인 장원산업 상무이사 출신 노정기(56)씨는 농촌에서 새삶을 개척하고자 나섰다. 서울토박이인 그는 13일부터 전혀 연고가 없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 동창리 동신마을에서 ‘마을간사’를 맡았다. 주민등록까지 이곳으로 옮기고 농촌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마을간사는 진안군이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귀농을 돕는 제도다. 귀농하려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농촌 역량을 높이려는 취지다. 첫해에 노씨 등 11명이 뽑혔다. 이들은 1년간 계약해 일정 월급(90만원 가량)을 받고 일한다. 연장도 가능하다. 농사도 짓고 도시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경험 등을 농촌에 접목시키는 구실을 맡는다.
2003년 회사를 그만둔 노씨는 우연히 신문에서 귀농을 돕는 마을간사제 소식을 접했다. 제주와 전남 등 녹차재배단지 5곳 100만여평을 직접 관리해 현장경험이 많은 그는 주저하지 않고 신청서를 냈다.
그는 “우리 농촌에는 기업화된 영농이 거의 없다”며 “회사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농민에게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는 게 소망”이라고 했다. 특히 정부지원으로 25일 이 마을에 준공되는 ‘녹색체험관’은 ‘도시민들이 숙박하면서 농촌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마을간사제는 이제 갓 시작하는 것이어서 언론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담배를 끊기 위해 절연을 미리 공표하는 것처럼, 부담을 갖고 주민들과 협력해 농촌발전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진안/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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