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페이스북 등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한 판매자와 투약한 미성년자 15명 등 마약사범 13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6일 미성년자 등 마약류 매매·투약자 131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마약 판매자는 39명, 매수·투약자는 92명이다. 이 중 판매자인 조직폭력배 ㄱ씨 등 19명은 구속됐다. 아울러 필로폰·대마·엑스터시 등 마약류 1.5㎏과 현금 1000여만 원을 압수했다. 이들은 모두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ㄱ씨 등 판매자들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타이(태국)에서 공급된 각종 마약류를 특정 장소에 두고 거래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했다.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 등을 이용했으며 주로 수도권 일대에서 활동했다.
이런 방식으로 마약을 취득한 미성년자 ㄴ씨 등 매수·투약자들은 수도권 일대 숙박업소, 주거지 등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미성년자는 15명이다. 미성년자들은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나 랜덤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성인 마약사범이나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교·동네 친구들을 통해 처음 필로폰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마약을 투약할 생각은 없었지만, 성인 마약사범의 권유로 시작한 미성년자들도 있었다. 성인 마약사범은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범행 당시 기준 가장 어린 미성년자는 16살이었다.
미성년자 대부분은 호기심으로 필로폰을 접했지만, 중독 증세로 투약을 반복했다. 투약 기간은 길게는 1∼2년, 짧게는 두 달로 조사됐다. 의도치 않게 투약한 사례는 없었다. 미성년자 ㄴ씨는 경찰 조사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후 몇 시간이 지나면 우울해지고 또 투약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며 “필로폰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중독 증세로 필로폰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됐다”고 진술했다. 미성년자 ㄷ씨의 경우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마약을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마약을 투약한 현장에서 발견돼 결국 구속됐다. ㄷ씨는 성인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도 있다.
미성년자에게 직접 마약을 제공하거나 함께 투약한 성인 마약사범은 17명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 10명, 30대 3명, 40∼50대 4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공급·투약하는 행위는 법정형 기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철저하게 수사해 가장 중한 형을 받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