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이 피자 값…청소년에 마약 공급하면 최고 사형 구형

대검, 청소년 마약범죄 처벌·교육 강화

9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에 ‘마약음료’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범죄자에게는 최고 사형·무기징역이 구형된다.

30일 대검찰청은 범죄자가 청소년에 △마약을 공급하거나 △유통에 가담시키거나 △함께 투약한 경우 구속기소하고, 법률상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해 최고 사형·무기징역까지 구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약 공급망을 구축하거나 의료용 마약을 불법유통한 때는 청소년이라도 구속기소할 계획이다.

다만 단순 투약에 대해서는 교육·치료 조건부 기소유예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또 부모·교사 등이 마약투약 청소년에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마약류별 투약 시 증상 및 신고·상담 채널을 유관기관과 함께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대검은 “호기심에 마약을 투약했으나 끊으려 하는 청소년에게 처벌보다 맞춤형 치료·재활의 기회를 우선 제공하고, 마약범죄 피해 청소년에게는 치료･심리상담 등 원스톱 지원을 실시, 피해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으로 5년 새 30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이 30％ 정도인 것에 견주면 청소년 마약사범이 10배나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마약 거래와 투약 방법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필로폰 1회분 가격이 ‘피자 한 판’ 값으로 낮아진 탓이라고 검찰은 분석했다.

대검찰청 자료

최근 몇 년간의 청소년 마약범죄 사례를 보면 범죄자들의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성인이 가해자나 공범으로 연루돼 있고 피해자가 여성인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속여 수험생들에게 필로폰 성분 음료를 마시게 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을 사주겠다”며 대구에서 13살 여학생을 유인해 졸피뎀을 먹이고, 추행·상해·절도를 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의 20대 남성은 13살 가출 여성 청소년에게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속인 뒤 필로폰을 투약시킨 혐의를 받아 구속기소됐다. 15살인 딸의 친구에게 졸피뎀이 든 아이스크림을 먹인 뒤, 잠든 사이 성폭행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로 40대 남성이, 채팅 앱으로 만난 15살 여학생에게 졸피뎀을 투약한 뒤 성폭행하고 여러 차례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도 재판에 넘겨졌다. 대검은 “청소년이 마약투약 후 자발적으로 신고하거나 치료받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교사 등 보호자는 물론 주변 어른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며 “검찰은 청소년이 더는 마약의 늪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