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풀숲이 많아 매해 모기 때문에 골치를 앓는 임아무개(59)씨는 최근 생필품을 사면서 장바구니에 모기 살충제와 연고도 함께 담았다. 임씨는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 모기가 한두 마리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체감상 모기가 좀 빨리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폭염·폭우 등의 기후변화로 여름철 모기가 줄어든 대신 상대적으로 봄·가을에 모기가 활발히 활동하자, 시민들이 모기에 대응하는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30일
서울시의 ‘모기 예보제’ 데이터를 보면, 모기 활동지수(공원 기준)는 4월 한달 평균 36.17로 모기 예보 ‘관심’ 단계(25~50 미만) 구간에 들어왔다. 주거지 쪽은 아직 모기 활동지수가 ‘쾌적’ 단계(0~25 미만)이지만, 야외에선 벌써 모기를 관리해야 할 수준이 됐다는 의미다. 최근 열흘(21~30일)간 야외 모기 활동지수 평균은 43.64로, ‘주의’ 단계(50~75 미만)에 근접했다. 모기가 본격적인 활동기에 접어든 것이다. 이른 모기 출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모기약 공동구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모기 예보제는 모기 발생 가능성을 4단계(쾌적·관심·주의·불쾌)로 구분해 행동 요령을 알려준다. 모기포집장비가 측정한 개체 수에다 모기 생태 등에 영향을 주는 기온과 강수량 등 기후 요인 등을 반영해 활동지수를 산출한다.
국내 모기는 점차 여름에서 봄·가을로 옮겨가는 추세다. 변온 곤충인 모기는 32도가 넘는 고온에선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폭염 일수가 늘어난 2018년부터 7~8월의 모기 활동지수는 낮아지고 있다. 올해 모기 활동 시점도 지난해와 견줘 더 빨라졌다. 서울의 낮 기온이 20도가 넘었던 지난 21일에는 공원 기준 모기 활동지수가 올해 처음으로 주의 단계인 50을 넘어 51.3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준으로 주의 단계에 처음 진입한 시점이 5월25일(50.7)이었다.
지금처럼 모기 예보 관심 단계에선 모기가 집안에 들어오는 일은 좀체 없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실내에 들어오기도 한다. 본격적인 모기 활동기에 앞서 고장 난 방충망을 점검하거나 물이 고인 용기의 물을 비우는 편이 좋다.
올해 여름도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보다 더운 날씨가 예고되면서 사실상 봄·가을에 모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지난 24일 발표한 올해 기후 전망치에서 오는 6~7월의 평균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전망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확률은 20%다.
이동규 고신대 교수(보건환경학)는 “지금 나오는 모기는 겨울에 잠을 잤다가 최근 낮 기온이 올라가자 활동하기 시작하는 모기들”이라며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의 활동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