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 등의 선고 공판이 열린 2020년 11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조주빈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불법촬영물, 성착취물 등의 삭제를 지원하고 피해자를 상담하는 등의 일을 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디성센터) 전체 인원 중 상당수가 기간제 직원인 가운데,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올해 디성센터 기간제 직원 전원의 정규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5대 폭력(권력형 성범죄·디지털 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디성센터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통한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일 〈한겨레〉가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여가부의 ‘2022년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를 보면, 여가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올해 (디성센터) 기간제 (직원) 전원(15명)에 대해 정규직(화)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정규 인력을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올해 디성센터 전체 인력(39명) 중 15명이 기간제 직원이다.
여가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진흥원)에 2018년 4월 디성센터가 문을 연 이후 지원사례는 매년 늘고 있다. 진흥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2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보면, 디성센터가 지원한 피해자 수는 2018년 1315명에서 2020년 4973명, 지난해 7979명으로 증가세다. 지원(상담 지원, 피해촬영물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건수 역시 같은 기간 3만3921건에서 17만697건, 23만4560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처리해야 할 업무는 매년 늘고 있지만 이 일을 하는 전체 인력 규모는 제자리 걸음이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디성센터 전체 인력은 매년 39명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직원 수는 17명, 21명, 24명으로 늘고 기간제 직원 수는 22명, 18명, 15명으로 줄었지만, 정규직화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피해자 보호·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디성센터 인력 정규직화의 필요성은 이미 연구로도 입증됐다. 앞서 〈한겨레〉가
지난해 9월 보도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직무분석 연구’ 보고서는 “근속기간 12개월을 기준으로 직원 1인의 업무실적이 2∼3배 증가하므로 정규직 1인이 단기계약직 2∼3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디성센터 기간제 직원들의 평균 근로계약기간은 짧게는 3.8개월(2020년), 많게는 11.6개월(2019년)이다.
김한규 의원은 “디성센터 인원의 정규직 전환으로 숙련도와 전문성을 높여 보다 많은 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매년 디지털 성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디성센터에 더 많은 인력 보충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여가부 권익침해과장은 “디성센터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정규직화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전체 인력 확대는 이후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