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군 부역자로 몰려 사살된 민간인 피해자 유족이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김민정 판사는 지난 4월26일 희생자 유족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피해자에게 8천만원, 그 자녀에게 800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경찰이 전남 나주로 피난한 10여명을 ‘부역자’로 몰아 사살하는 민간인 희생 사건이 발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10월 이들을 희생자로 인정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유족 ㄱ씨에게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를 보냈지만 옆집 주민이 이를 받았다.
진실규명 결정 통지서가 전송된 지 14년이 지난 2022년에서야 ㄱ씨가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국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옆집 주민이 ㄱ씨를 대리하여 진실규명 통지서를 받을 권한이 있다거나 ㄱ씨에게 전달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ㄱ씨가 진실규명 통지서를 받아 손해를 알게 됐다고 보기 어려워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찰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당한 망인과 유족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 그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쟁이라는 위급한 시기에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피해자에 대해 8000만원, 그 자녀에게 800만원을 위자료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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