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지급할 때 배우자가 가사나 육아를 분담하지 않은 별거 기간은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ㄱ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이혼한 배우자에게 별거 기간에 대한 분할연금 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분할연금은 5년 이상 부부로 살다 이혼한 배우자에게 노령연금의 절반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액(부양가족연금액 제외) 가운데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의 절반이 이혼 배우자의 몫이다. 혼인 기간 동안 배우자의 정신적·물질적 기여를 인정하고 이혼 배우자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ㄱ씨는 ㄴ씨와 1983년 10월 혼인해 1994년 4월부터 별거 상태로 지냈고, 2005년 10월 합의 이혼했다. 1988년 1월 국민연금에 가입한 ㄱ씨는 2007년 2월부터 노령연금 수급권이 발생했다. 2021년 분할연금 지급 연령이 된 ㄴ씨는 2022년 혼인 기간에 대한 노령연금 분할 지급을 청구했다. 공단은 ㄴ씨 청구를 받아들여 분할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연금 수급액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든 ㄱ씨는 별거 기간에 대한 분할연금 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재심사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이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ㄱ씨의 두 아들은 ‘어머니가 1994년 4월 집을 나간 뒤 아들들을 돌보거나 집안일을 한 사실이 없고 할머니가 손자들의 양육과 가사일을 도맡아 했다’는 확인서를 냈다. 법원은 “부부가 별거 상태에서도 가사·육아 분담이 이뤄졌다면 상대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ㄴ씨는 아무런 역할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까지 분할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