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7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제7차 변론기일인 11일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가 이용수 할머니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들머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각종 소송을 지원해온 전후 보상 문제 전문가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가 국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최근 달라진 국제법 해석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항소심 재판부에 전향적 판단을 요구했다.
11일 서울고등법원 33민사부(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재판에 야마모토 변호사는 원고 쪽 증인으로 출석해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ICJ) ‘페리니 판결’이 나온 뒤 10년 이상이 지났고, 그동안 상당히 변화했다”며 “당시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페리니 판결은 2012년 국제사법재판소가 ‘국가면제’ 원리를 적용해 이탈리아 국적 페리니씨에 대한 독일 정부의 2차 세계대전 중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독일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었다.
야마모토 변호사가 국제재판소 판결을 언급한 건 앞선 해당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소송을 각하한 건 근거로 페리니 판결 등 국제관습법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4월 1심 재판부는 “현시점에서 유효한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해당 소송을 각하했다. 이어 페리니 판결을 언급하며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를 부정하게 되면 판결의 선고 및 그 이후의 강제집행 과정에서 일본과의 외교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인권을 위해 외국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는 이미 대다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고 국제법 관습으로 자리잡았다”며 “인권 침해를 받은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의 마지막 구제 수단이 국내 법원인 경우, 피해자의 권리가 국가면제에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10명이 일본 정부에 배상을 요구한 재판에서 피해자 대리인을 맡아 1심에서 이기는 등 전후 보상 분야 일본의 대표 변호사다. 이날 피고인 일본 정부 쪽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재판에 나와 “14살에 (일본에)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해서 지금까지도 몸이 많이 아프고 수술도 받았다”며 “이후 위안부에게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30년 넘게 외치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까지 아무 대책도 없으면서 기시다 총리가 와서 마음이 아팠다는 거짓말만 한다. 너무 억울하고 서럽다”고 말했다.
권지담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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