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5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13번 게이트 건너편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MD) 동맹·쿼드 가입 반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1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평통사는 한-미 정상회담이 있던 지난해 5월21일 전쟁기념관 등 용산 대통령실 인근 집회 신청을 했지만 용산경찰서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11조 3항과 12조를 근거로 허락하지 않았다. 평통사가 신청한 장소는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로, 집시법 11조 3항에서 명시한 금지 구역(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 해당한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었다. 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평통사는 집회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집회금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소송을 냈다.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을 집시법이 규정한 ‘대통령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고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면서 평통사는 예정대로 대통령실 인근 집회를 진행했다.
현행 집시법 11조 3호에선 옥외집회가 금지된 곳으로 대통령 관저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동안 대통령 관저는 집무실과 청와대 한 곳에 함께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 이전 이후 두 곳으로 분리되면서 법 해석에 혼선이 생겼다. 앞서 같은 이유로 집회 신청을 거절 당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도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11조의 ‘100m 이내 집회 금지 구역'에 대통령 관저가 포함되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4년 5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서 법안이 개정되지 않아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집회는 금지돼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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