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진실화해위, 대한민국 공권력의 베트남 인권침해 조사할 수 있을까

등록 2023-05-15 12:43수정 2023-05-15 13:04

오는 24일 전원위서 ‘하미마을 학살’ 최종결론
김광동 위원장 “결과 예단 못해…논점 살펴보겠다”
2000년 5월3일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비 기공식에서 오열하는 사건 생존자이자 유족 당티카. 1968년 2월 사건으로 인해 당티카의 할머니와 어머니, 언니 2명, 동생 2명을 포함해 마을 주민 135명이 죽었다. 당티카는 총에 맞고 쓰러진 할머니가 당시 3살이던 자신을 꼭 끌어안고 죽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하미/고경태 기자
2000년 5월3일 베트남 하미 마을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비 기공식에서 오열하는 사건 생존자이자 유족 당티카. 1968년 2월 사건으로 인해 당티카의 할머니와 어머니, 언니 2명, 동생 2명을 포함해 마을 주민 135명이 죽었다. 당티카는 총에 맞고 쓰러진 할머니가 당시 3살이던 자신을 꼭 끌어안고 죽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한다. 하미/고경태 기자

대한민국 공권력으로 피해를 겪은 외국인들에 대해 국가기관이 처음으로 인권침해 조사에 착수할 수 있을까.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을 총격한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조사 개시를 두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오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2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전 피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에 낸 국가배상소송 사건이 승소한 데 이어, 또 다른 베트남전 사건이 국가기관의 조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하미마을 학살 사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즈엉구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이 135명의 주민을 총격해 살해한 사건을 가리킨다. 하미마을은 퐁니·퐁녓, 빈호아 등과 함께 한국군에 의한 대표적 민간인 피해 지역 중 하나다. 사건 이튿날인 2월25일에는 한국군이 다시 마을에 들어와 불도저로 주검을 훼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4월 응우옌티탄(66) 등 하미마을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광동 위원장의 제안으로 지난 10일 진실화해위 2소위(한국전쟁 외 인권침해 사건 담당)에 상정된 하미 사건 진실규명 신청 건은 4명 중 2명이 반대해 조사 개시 의결을 하지 못했다.

당시 2소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국민의힘 추천 위원 중 한명은 곧장 외교·국방 문제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다음 전원위에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국민의힘 추천 위원들은 민주화운동 과정의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진실화해위 취지에 맞지 않는다거나,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가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반론을 제기했고, (지난 2월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했다고 한다.

2소위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천한 상임위원 이상훈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같은 당에서 추천한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1소위 겸임), 국민의힘이 추천한 차기환 법무법인 선정 변호사,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구성돼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이 아닌 경우 소위 의결만으로도 조사개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나 10일 회의에서 무산된 것이다.

오는 24일 열릴 전원위에서는 7명이 참여해, 여야 추천 몫 위원수가 각각 3명인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이 조사개시 여부의 키를 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2월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의 전원위에서 진실규명 신청에 대한 조사개시를 놓고 표결까지 간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국민의힘 추천 위원 3명이 반대해도 김 위원장이 조사 개시에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전체 합의로 이끌면 의결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초의 표결까지 진행하면서 부결될 수도 있다. 진실화해위법상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월7일 베트남 퐁니·퐁녓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하미마을 사건 신청자와 동명이인)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법원 판결도 났는데 하미마을 사건을 소위에 올려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사무처와 조사국 관계자들에게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14일 <한겨레>에 “24일 회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고 논의 결과에 따라 결론지어질 것”이라면서 “남은 기간 기존의 논점 사항을 살펴볼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하미 사건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한 생존 피해자 응우옌티탄(왼쪽)과 응우옌꼬이의 2018년 2월 모습. 진실화해위가 이들이 낸 진실규명 신청서를 받아들여 조사 개시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미/고경태 기자
지난해 4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하미 사건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한 생존 피해자 응우옌티탄(왼쪽)과 응우옌꼬이의 2018년 2월 모습. 진실화해위가 이들이 낸 진실규명 신청서를 받아들여 조사 개시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미/고경태 기자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의 조사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미 사건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은 지난 10일 진실화해위 앞으로 쓴 공개편지에서 “하미 학살이 퐁니·퐁녓 학살처럼 사진 자료나 참전군인의 증언과 같은 중요한 자료가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고 하미 학살의 진실이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지금 제 희망은 진실화해위가 베트남으로 건너와 진실을 조사하고 위령비에 있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봐주는 것이다. 저와 같은 여러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이곳에서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준비가 항상 돼있다”고 밝혔다.

진실규명을 신청한 베트남 생존 피해자들의 대리인 중 한명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진실화해위에서 조사하는 것이 현재 한국이 하미 사건 피해자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통상적인 행정부 기구에서 조사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권한을 가진 진실화해위만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4월 하미마을 피해자들을 포함한 베트남전 피해자 103명은 한국 정부의 진상 조사와 사과 등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지만, 그해 9월 국방부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진상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는 오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의 입장을 설명한 뒤 24일 전원위 때까지 시민들의 릴레이 시위를 조직하며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정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서울 도심 몰려나온 시민들 ‘퇴진’ 구호 1.

“윤정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서울 도심 몰려나온 시민들 ‘퇴진’ 구호

‘가을 태풍’ 끄라톤 북상중…다음주 한반도 영향 가능성 2.

‘가을 태풍’ 끄라톤 북상중…다음주 한반도 영향 가능성

“윤 정부 헛발질에 불안”…청년·대학생 ‘대통령 퇴진’ 촉구 3.

“윤 정부 헛발질에 불안”…청년·대학생 ‘대통령 퇴진’ 촉구

윤 정부, 체코에 ‘원전 대출’ 카드 내밀었지만… 4.

윤 정부, 체코에 ‘원전 대출’ 카드 내밀었지만…

딥페이크 처벌법 통과…서지현 “또 자축하는 국회, 정신 차려” 5.

딥페이크 처벌법 통과…서지현 “또 자축하는 국회, 정신 차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