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112’로 연결되는 112 신고. 경찰청 제공
“여러 명이 모여 한 명을 때리고 있고, 저도 맞았어요.”
지난해 9월22일 전북 익산에서 한 중학생이 112 신고를 걸어왔다. 속삭이듯 말한 이 문장 외에 신고자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답이 없자 위기 상황을 감지한 경찰관은 “위급 상황이면 말씀하지 마시고, 숫자 버튼만 눌러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똑똑똑’ 숫자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관은 “말씀하지 마시고 문자로 ‘보이는 112’ 링크(URL) 보낼 테니 눌러서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신고자가 비춘 휴대폰 영상에는 상가 옥상에서 고등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중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경찰은 영상과 위치추적을 통해 상가 위치를 파악해 신속히 피해 학생을 구조할 수 있었다.
‘보이는 112’에서 가능한 비밀 채팅. 경찰청 제공
같은달 14일 경기 수원에서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 112 신고가 걸려왔다.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면 숫자 버튼만 눌러달라”는 안내에 신고자는 숫자 버튼을 누르며 응답했다. 경찰은 ‘보이는 112’ 링크를 통해 집에서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신고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해 남편을 검거하고 피해자를 구조했다.
경찰은 지난해 1월부터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위치와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보이는 112 신고’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 15일로 500일을 맞았다고 16일 밝혔다. 500일 동안 모두 5만1158건의 ‘보이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하루 102건꼴이다.
말하기 어려운 위급 상황일 경우 112에 신고 전화를 건 뒤 안내에 따라 ‘말없이’ 숫자 버튼만 누르면, 이후 경찰이 문자로 전송하는 ‘보이는 112’ 링크를 통해 현장 영상 촬영과 비밀채팅 등을 할 수 있다. 경찰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현장 위치와 상황 등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가능하다. 한승일 경찰청 112상황기획계장은 “신고자의 음성에만 의존하던 기존 접수방식에서 벗어나, 신고자가 위치를 모르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신속한 위치 확인과 정확한 현장 상황 대처가 가능해졌다”며 “말하기 어려운 위급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