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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도소서 날아온 ‘보복예고’ 편지…판결문에 피해자 주소 담긴 탓

등록 2023-05-18 15:19수정 2023-05-18 20:20

민사소송·배상명령 판결문에 주소 등 노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 기억하시죠? 신고, 배상명령, 압류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됐는지…. 지금 심정 꼭 당신도 느끼게 해주겠습니다.”

중고사기 피해자가 교도소에 있는 사기꾼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피해자는 형사 배상명령 판결문에 적힌 개인정보를 통해 범인이 ‘협박편지’를 보냈다며 보복범죄가 우려된다고 적었다. 판결문을 통한 개인정보 노출로 범죄 피해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보면, 중고사기 피해자 ㄱ씨는 전날 게시글을 올려 사기꾼 ㄴ씨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했다. ㄴ씨는 해당 편지에서 ‘언젠가 앙갚음할 테니 잘 지내고 있으라’는 요지의 내용을 적었다. ㄱ씨는 ㄴ씨가 자신을 비롯한 26명에게 중고사기를 쳐 지난달 12일 전주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법원의 형사 배상명령 판결문에 적힌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보고 ㄴ씨가 편지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게시글에서 ㄱ씨는 “판결문에 배상명령을 신청한 사람들의 이름, 주소가 전부 다 나오는 걸 판결문 정본을 받고 알았다”며 “피해자 신상이 전부 공개가 되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보복범죄로 큰 사고가 터져야 고쳐지나”라고 적었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기꾼 ㄴ씨의 ‘협박편지’. ‘보배드림’ 게시글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ㄱ씨의 사례뿐만 아니라 판결문을 통해 범죄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범죄자에게 노출돼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기됐다. 법조계에서는 민사소송과 형사 배상명령 판결문에서 이름과 주소가 노출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문혜정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민사 소송과 형사 배상명령의 경우 소송 당사자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이름과 주소 등을 기재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될 수 있어 일부 피해자들은 보복 우려 때문에 아예 소송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등은 이러한 위협에 더 크게 노출된다. 민고은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형사소송 과정에서는 가명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본인의 실명과 주소를 기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송 진행 후 개명을 하거나 주민등록번호·주소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며 “사법당국이 관리하는 소송 당사자 정보와 재판 과정, 판결문에 쓰이는 개인정보를 따로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사법정책연구원이 펴낸 ‘민사소송 및 집행 절차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연구’를 보면, 프랑스에서는 범죄 피해자가 제3자 동의로 해당 주소를 자신의 주소로 기재할 수 있도록 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범죄와 관련 있는 소송절차에서 범죄피해자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별도 서면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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