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기영(32)씨가 지난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살해당한 택시기사의 딸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선고 다음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기영이 아버지 돈을 본인 통장으로 이체하며 메모에 ‘아버지상’이라고 써놓는 등 사람을 우롱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택시기사를 이미 살해하고도 자신이 택시기사인 척하며, 유족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눴던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20일 ‘네이트판’에는 ‘이기영 살인사건의 피해자였던 택시기사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람을 두 명이나 죽인 살인범에게 사형 아닌 판결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 가족은 슬픔과 더불어 분통터지는 상황이 됐다”고 썼다.
앞서 이씨는 지난해 12월20일 밤 경기도 고양 시내에서 택시와 접촉사고가 나자 ‘교통사고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한 아파트로 택시기사를 유인해 사건 당일 살해했다. 이씨는 택시기사 주검을 집 옷장에 보관해 오다가 닷새 뒤인 25일 “남자친구 아파트 옷장 안에 죽은 사람이 있다”는 여자친구의 신고로 범행이 발각됐다. 이기영은 택시기사의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이용해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 대출 등으로 5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있다.
‘네이트판’에 올라온 이기영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한 통장 이체 내역.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글쓴이는 통장 이체 내역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이기영이) 아버지 살해 직후 아버지 휴대전화에 금융 어플을 다운받아 기존 잔고를 본인 통장으로 이체한 사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의 아버지를 죽여놓고 보란 듯이 ‘아버지상’이라고 메모해 이체해 사람을 우롱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이런 것들을 보며 너무 큰 충격에 말도 나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네이트판’에 올라온 이기영이 피해자인척 가족들과 대화한 카카오톡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가족들의 실종 신고가 늦어지게 된 정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글쓴이가 올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이씨는 자신이 살해한 택시기사 행세를 하며 ‘전화를 해달라’ ‘지금 어디 있냐’는 질문에 ‘기다려라’ ‘일 만들지 말라’ 등으로 답했다. 글쓴이는 “이기영이 저희 가족과 카톡을 하는 내내 본인이 교통사고를 냈는데 사망자가 생겨 그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설마하니 대화 상대가 아버지가 아닐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택시기사의 유족들은 재판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글쓴이는 “1심 재판부는 이기영이 본인의 죄를 인정한 점과 (3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양형에 유리한 사유로 들었는데, 유족 쪽은 지속적으로 공탁과 합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며 “피해자가 받지 않은 공탁이 무슨 이유로 양형에 유리한 사유가 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 사람의 강제된 사과는 피해자에게 있어 도리어 폭행과 같다”는 것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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