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에게 면허를 빌려줘 병원을 세운 뒤, 해당 병원에 고용돼 일한 치과의사의 면허를 정지한 것은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1개월 15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치과의사 ㄱ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이미 의료 기관을 운영 중이던 의료인 ㄴ씨가 2013년 1월께 경남 울산에 ㄱ씨 명의로 치과를 개설하도록 도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두개 이상의 의료 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선 직접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일부 의사들이 ㄱ씨처럼 면허를 대여해주고 일정 금액을 받아 챙기기도 한다. ㄱ씨도 ㄴ씨에게 해당 병원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기고, 자신은 병원에 고용된 상태로 2013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급여를 받았다.
이러한 사실을 파악한 부산지검은 2019년 1월께 ㄱ씨를 수사한 뒤 기소유예 처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ㄱ씨에게 1개월 15일의 치과의사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형사 처벌을 피했으나 행정 제재는 피하지 못한 ㄱ씨는 자격 정지 처분의 시효를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으로 규정한 의료법 조항을 근거로 행정 소송을 냈다. ㄱ씨는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고용돼 의료 행위를 한 경우와 견줘,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돼 진료를 한 일은 위법성의 정도가 적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ㄱ씨가 근무를 끝낸 시점(2017년 9월)을 기준으로 5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어 행정제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중복해 개설하는 일을 금지한 법의 취지는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 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 행위를 하게 해 의료 행위의 질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전문자격에 대한 징계는 사회적 책임과 직업윤리를 다하도록 하기 위함인 만큼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는 공익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 판시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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