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11월 서울형사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동백림사건’ 공판에서 윤이상(서 있는 사람)이 증언하는 모습. 윤이상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심과 3심을 거치며 10년형으로 감형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이 ‘동백림(동베를린)사건’에 연루돼 옥살이한 고 윤이상 작곡가에 대한 법원의 재심 결정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윤이상 작곡가 사건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린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에 19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은 지난 12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1968년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윤씨를 수사하는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재심을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존 대법원 확정 판결을 뒤집으려면 사법경찰관이 불법 구금하는 등 직무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명확해야 하는데 윤이상 사건은 불충분 하다고 판단했다”며 “윤이상씨가 재판 중에 북한에서 반국가 단체 구성원을 만나고,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내용도 있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항고 이유를 밝혔다.
즉시항고는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7일 이내에 상급 법원에 항고하는 절차로, 집행정지의 효력을 갖는다. 대법원이 검찰의 항고를 기각하면 서울고법에서 재심 절차가 개시되고, 항고를 인용하면 재심이 진행되지 않는다.
동백림사건은 1967년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가 발표한 동베를린 거점 대규모 간첩 사건이다. 독일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던 윤씨와 현지 유학생과 문화예술계 인사 등 200여명이 연루됐다. 중앙정보부는 23명에게 국가보안법 및 형법의 간첩죄를 적용했다. 윤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2년을 복역했다. 지난 2006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중앙정보부가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 사건의 범위와 범죄 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씨의 유족을 대리하는 김필성 변호사는 “당시 국가폭력이 자행됐다는 것은 이미 국정원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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