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인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제정 저지! 서울시민 공청회 청구 서명운동 돌입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낮 26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가 예고된 24일 오전 11시. 70~80대 고령의 노점상인 40여명이 서울시의회 앞에 모였다. 이들 앞에는 전날 팔지 못한 채소가 바구니에 담겨 놓여 있었다.
이들이 속한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단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점 말살하는 조례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지목된 조례는 국민의힘 문성호 서울시의원이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노점 삼진 아웃제’다. 문 의원은 지난 2월 <티비에스>(TBS)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노점이 무엇인지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불법 노점의 민원이 세 번 이상 발생하면 철거 집행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논란이 일자 문 의원은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노점 운영중이 아니면 (상인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며 “불법노점을 근절하고 양지화 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발의 의지를 피력했다.
아직 구체적인 조례 개정안은 발의되지 않았지만, 문 의원이 오는 6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책위는 이르면 다음주 조례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조례와 관련해 당사자인 노점상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된다고 성토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의회 의장 면담을 추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날 노점상인들이 서울시의회 앞으로 나왔다. 경찰은 이들의 서울시의회 진입 가능성을 막고자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자식들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해서 이들이 노점을 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이들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노동자의 좌판을 끌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거리조차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발 디딜 곳이 허락된다”면서 “노점상인들이 거리에서 생계를 꾸리는 동안 정부의 복지 등 대책은 무엇이 있었냐”고 비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도 “노점상은 선거 때 늘 배경으로만 사용되는데, 이들은 배경이 아니라 시민권 있는 주체로 존재한다”며 “조례에 앞서 비공식 경제 인구인 노점상인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책위는 서울시의회 의장을 면담하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의회 관계자 쪽에 “조례가 통과되면 끝장 투쟁을 하겠다”는 내용의 입장서를 전달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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