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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참사 예방 불가능” 말로 사람 잡는 ‘인권위원’ 이충상

등록 2023-05-24 20:51수정 2023-05-26 10:21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정책대응모임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이즈(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정책대응모임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곽진산 기자

‘군 신병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 결정문에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소수의견으로 넣으려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된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이 임기 시작 이후 인권위 회의에서 다양한 혐오 발언을 반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한겨레>가 고영인·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해 10월21일부터 지난 4월20일까지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 회의록 28건을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 위원은 노동·이태원참사·군대 등 여러 영역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계속해왔다. 이 위원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추천으로 상임위원 임기를 시작했다.

이충상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이충상 상임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회의록을 보면, 이 위원은 지난해 12월28일 제38차 상임위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관한 의견표명의 건) 입법 권고 안건이 올라오자 “중도나 우파가 보기에 무모하거나 조악한 입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위원은 해당 법안을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규정하며 “(한국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손해가 막대한 나라인데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했다가는 ‘파업공화국’이 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이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단식농성을 하던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공론화된 업무개시명령 제도 개선 권고 안건에 대해선 “인권위가 찬성하면 민주당보다도 더 앞장서서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인권위가 될 것”이라고 했고, 해당 안건 부결 뒤 비상임위원들이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자며 의견을 내자 “인권위가 개판 5분전”이라고 말한 뒤 회의실을 나갔다.

이 위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정부 옹호로 일관했다. 이 위원은 지난 3월9일 상임위에 올라온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 초안에 ‘충분히 예방 가능한 재난’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에 대해 “이것은 곤란하다. 예방 가능한 재난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을) 뺐으면 한다”고 했다. 이 문구는 다른 위원들이 찬성해 보고서 최종본에 반영됐다.

지난 3월23일엔 훈련병은 힘들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군 신병 훈련소 인권상황 개선 권고의 건’을 논의하던 제9차 상임위원회에서 훈련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불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훈련소에서는 자살·자해가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사병이 힘든 것은 자대 배치받은 후가 힘들다”며 “훈련소에서는 같은 계급, 같은 기수끼리 같이 훈련을 받기 때문에 내무반에서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낮 훈련시간에는 많이 괴롭지 않다”고 했다. 이 위원은 지난 1985년 1월부터 1988년 1월까지 장교인 군법무관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이 위원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그동안 편견을 가지고 있었단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은 지난 1월 전원위 회의에서 2022 국가인권상황보고서 중간보고에서 “저도 HIV 감염인하고 악수하거나 키스를 하면 HIV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줄 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알고 봤더니 그런 것으로 감염이 안 되는 거였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전원위 회의에서 HIV는 전파 위험성이 매우 낮다는 의학계의 다수 견해에 대해 “아직 한계가 있다”며 편견을 드러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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